지난 9일 성난 시위대에 밀려 국회의장을 통해서 13일에 사임을 하겠다고 발표했던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공군기지에 숨어있다가 사임 절차도 밟지 않고, 13일 대통령 대행을 세우고 국방장관의 허락하에 공군기를 타고 몰디브를 거쳐 싱가폴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자팍스 대통령은 원래 아들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도피하려했지만, 미국은 라자팍스의 비자 신청을 거부했다고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9일 이후 대통령이 사임할 것과 더불어 대통령과 총리 선출이 있을 것이라는 스리랑카 국회의장의 발표와 있었으나, 대통령이 은신한 채 자신이 직접 사임한다는 발표가 없어서 사임이 불확실했었다.
라자팍스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자신보다 앞서 사임한 총리인 자신의 형 라닐 위크레멩싱게 총리을 대통령 직무대행자로 세웠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총리가 라자팍사 가문을 보호한다면서 대통령 대행의 사태를 요구했지만, 그는 사임을 거부하고, 이동제한 명령을 발동하는 등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시도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위대에 경찰도 진압을 포기하고 총리실과 대통령궁을 비롯한 국영방송사까지 시위대에 점거되었다.
시위대는 대통령관저를 계속 장악하면서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관저와 개인 저택을 급습해 불을 질렀지만 총리는 현장에 없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새 정부 구성을 보고 임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해 사실상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비상사태와 수도 등 일부 지역에 통금령을 내리면서 '무질서 시위자'를 엄단하겠다고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5월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스리랑카 정부의 부도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꼽는다. 경제성이 전혀 없는 항만사업과 공항 조성사업을 하면서 막대한 중국차관을 끌어드려 사업을 진행했으나, 적자운영이 계속되자 중국에 99년간 항만운영권을 넘기게 된다.
이 과정 가운데 라자팍스 가문은 막대한 이권사업에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재무장관으로 있는 라자팍사 대통령의 동생은 수 많은 리베이트를 받으면서 '10% 장관'이라는 별명까지 가질 정도였다.
싱가폴로 도피한 라자팍스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스는 10년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한 바 있으며, 2019년 동생이 대통령이 되자 다시 총리로 임명되면서 대통령, 총리, 장관 자리를 형제들이 꽤 찾고 부정축제를 하면서 나라경제를 말아먹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 디폴트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없어 에너지 와 식료품 등 생활 필수품조차 수입할 수가 없어 민생이 파탄났다. 파탄난 민생이 정국을 뒤 흔들고 있는 것이다.
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시작에 불과하다. 글로발 인플레이션으로 고물가와 극심한 생활고에 신음하는 중남미 와 아프리카 일대에도 대규모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연초 대비 연료비가 47%나 오른 파나마에서는 이달 초부터 생활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페루·에콰도르·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가파른 물가 인상에 반발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부채 위기에 직면한 케냐·가나에서도 가계 생활비 부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섰다. 두 국가의 최근 월별 물가 상승률은 각각 7.91%, 27.6%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