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의 수장 키릴(76) 총대주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 동원령'을 옹호하면서 우크라이나 참전을 촉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소속된 러시아 정교회는 3대 기독교 분파(천주교·개신교·동방정교회) 중 하나인 동방정교회 중 큰 교파이다.
26일(현지시간) APT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는 모스크바 인근 교회에서 25일(주일) 설교에서 푸틴 대통령의 군 동원령과 관련해서 "용맹하게 (전쟁터로) 가서 병역 의무를 다하라"면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은, 하나님이 계신 천국에서 영광과 영생을 누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이어 25일 주일예배 때는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죽는 것은,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며 "이 희생을 통해 자신의 모든 죄는 씻긴다"고 강조했다.
이와같은 키릴 총대주교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고 러시아 내부적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BBC는 이와 같은 키릴 총대주교의 설교 동영상을 SNS에 올리며 "러시아 정교회는 푸틴의 동원령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일부 네티즌은 '키릴 총대주교를 전선에 보내 그의 죄를 씻게 해주자"고 비꼬았다.
러시아 정교회는 러시아 내에만 약 1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정교회 수장으로 종교적 구심점에 자리해 있다.
그런 그가 푸틴 대통령을 도덕적, 종교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왔다.
키릴 총대주교는 이 같은 태도 때문에 로마카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5월 이탈리아 일간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이 지속하는 한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황은 키릴 총대주교를 향해 "푸틴의 복사를 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는데, 복사는 제대 근처에서 사제의 미사 집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아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