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진영 대결'에 대한 공동 저항을 제안하며 미국을 견제했다.

이에대해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은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고 동의를 표하면서도,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우크라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에서 숄츠 총리에게 "중국은 항상 유럽을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간주하고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한다"면서 "중국과 유럽은 서로 대립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제3자의 제약을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며, EU와 독일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경계했다.

숄츠 독일총리 중국 시진핑주석과 정상회담

(Photo : 시진핑 3연임 이후 EU의 탈중국 음직임에 대한 우려 속 서방 정상으로는 첫 정상회담)

시 주석은 "올해는 중·독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50년의 여정에서 양측은 상호존중,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차이점은 당분간 그대로 두는 것), 교류와 협력·상생 등의 원칙을 통해 양국 관계의 큰 방향을 편향성 없이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치인은 바꿀 수 없는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을 용기 있게 바꾸고, 그 둘을 지혜롭게 구별해야 한다'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생각이 마음에 든다"며 양국 간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 

또 시 주석은 "독일도 중국과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 양국 협력의 성과가 양국 국민에게 더 잘 전달되도록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숄츠 총리는 "중국은 독일과 유럽의 중요한 경제 및 무역 파트너"라며 "독일은 무역 자유화를 확고히 지지하고 경제 글로벌화를 지지하며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중국 디커플링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는 이어 "중국과 경제·무역 협력을 계속 심화하고 양국 기업이 서로 투자 및 협력을 수행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는 다극화된 구도를 필요로 하고, 신흥국의 역할과 영향은 중시돼야 한다"며 "독일은 진영 대결을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숄츠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의 별도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대만에 대한 어떠한 현상 변경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상호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숄츠 총리는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며 "러시아는 민간인이 매일 고통받고 있는 공격을 즉시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핵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며 유라시아 대륙에 핵위기가 출현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또 공동으로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확보하고 국제 에너지, 식량, 금융 등의 협력이 방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 후 숄츠 총리를 위한 연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숄츠 총리의 방문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럽국가 정상의 첫 방중이다. 

EU에서는 숄츠 총리의 방중에 대해서 대중국 전략 동조 이탈 우려가 크다. 영국의 더 타임지는 독일의 경제 문제를 위해 중국을 기대는 것은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이 대러시아에 대해 에너지 의존도를 높였던 것이 현 에너지 대란을 일으킨 것처럼,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아질 수록 또 다른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이다.
독일 내에서도 중국의 산업 확장에 대해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26일 자국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의 확대·개발 프로젝트에 중국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의 투자를 경제·국방·외교부를 포함해 6개 부처가 반대했지만 최종 승인을 결정했다. 또 도르트문트 반도체 생산 공장이 중국 기업 자회사가 인수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31일 숄츠 총리를 겨냥해 "유럽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이 경쟁자임을 깨달아야 하고, 중국 투자를 결정할 때 순진하게 굴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