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북미 대륙에서는 이례적인 눈 폭풍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온 반면, 유럽에서는 갑자기 기온이 치솟아 겨울이 '실종'되다시피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NN은 3일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새해 첫날 유럽에서 최소 8개국이 역대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국가는 리히텐슈타인,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덴마크, 라트비아 등이다.
이달 1일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바두츠는 섭씨 20도까지 올랐고, 체코의 야보르니크는 19.6도, 폴란드의 요드워브니크는 19도를 찍었다.
우크라이나도 크림반도 이외 지역에서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해 역대 최고 이상 기온을 경험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러이사와 전쟁을 지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무차별 포격으로 인해 에너지와 전력시설이 파괴되어 난방없이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상황가운데 처해 있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은 에너지 위기를 경험했고 천연가스 가격은 최대 10개까지 치솟았다. 그 최악의 시기는 올 겨울이 될 것이라고 전망되었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을 분열시키려 했고, 실제로 유럽연합(EU) 내에서 에너지 문제로 크고 작은 많은 갈등이 야기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우려했던 유럽의 올 겨울은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전역의 극한 기온을 추적해온 에레라는 "유럽 역사상 가장 극심한 열파"라고 설명했다. 평년 기온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작년 여름 유럽을 휩쓴 폭염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종종 눈으로 뒤덮였던 도시들이 여름에나 볼 수 있는 기온을 한겨울에 경험했다고 전했다.
영국 기상청은 아프리카 서쪽 해안의 따뜻한 기단이 유럽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이상 고온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에레라는 단 이틀 사이에 섭씨 5도 이상의 차이로 그간의 기록을 모두 깬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유럽이 미증유의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이와같은 이상 고온 탓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프스 산맥에 자리한 스키장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BBC 방송에 따르면, 해발 2천미터 높이의 고도에서도 기온이 영상권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이상 고온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겨울을 즐기려는 스키 마니아들에게는 최악의 기온일 수 있지만, 겨울 추위와 싸움을 통해 살아남으려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