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냉전 시대에 '군사적 중립국'을 자처했던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안보 우산' 밑으로 4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합류했다.
이날부터 핀란드는 미국의 핵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나토의 집단방위 체제로 안전을 보장받게 되며, 창설 74주년을 맞은 나토는 러시아의 의도와 정반대로 러시아와의 국경 길이가 2배로 늘어났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핀란드가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문서(instrument of accession)를 기탁함으로써 핀란드는 31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가입서 기탁식과 함께 핀란드 나토기 게양식도 거행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역사적인 날"이라며 "1949년 4월 4일 나토의 창설 조약인 '워싱턴 조약'(북대서양 조약)이 체결됐고, 핀란드를 회원국으로 맞이하는 것보다 이를 기념하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특히 북대서양 조약의 핵심인 제5조를 거론하면서 "완전한 회원국이 됨에 따라 이제 핀란드는 철통같은 안전보장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집단방위를 대표하는 제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동안 러시아와 1천340㎞에 달하는 긴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그간 군사 중립 노선을 표방하면서도 방위비를 삭감하지 않고 오히려 자체적인 군사력 증강에 힘써 왔다.
이에 따라 군사 준비 태세가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도 이미 잘 갖춰져 있어 나토 입장에서도 큰 자산을 확보하게 됐다고 외신 및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나토 동진 저지'를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내세웠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는 핀란드 합류로 의도치 않은 정반대 결과를 맞게 됐다.
핀란드의 나토 합류에 러시아는 상응하는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안보와 국익에 대한 침해"라며 "러시아는 안보 보장을 위해 전략적·전술적 대응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고 타스,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핀란드와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이 창설 74주년 기념일에 나토에 가입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