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재무장관이 6월 초가 되면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백악관이 '협상 불가'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오는 9일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와의 백악관 만남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부채 한도 문제에 대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채 한도는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에서 특별한 일 없이 세 번이나 증액됐다고 덧붙였다.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

재무부가 디폴트의 구체 시한을 언급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했음에도 부채 한도 이슈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재차 못을 박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은 행정부의 부채 한도가 역대 정부에서 조건 없이 상향돼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 재앙을 피하기 위해 공화당이 무조건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6월 1일에는 모든 정부 지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디폴트 우려 시점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상한은 31조4천억달러(약 4경 2천107조원)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지난달 말 정부 지출 삭감을 전제로 한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관련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행정부가 내놓은 2024 회계연도 예산 지출안에서 기후변화 기금 폐지, 학자금 대출 탕감 종료 등을 통해 지출을 2022년도 수준으로 줄이며 부채 한도를 1조5천억 달러 상향한다는 게 골자였다. 물론 이 법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은 9일 회동에서도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커 양측 입장이 당장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다만 이번 회동에서 "지출에 대한 별도 대화를 가질 것"이라며 별도의 예산 절차 시작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채 한도는 그간 관례대로 조건 없이 상향하고, 대신 공화당이 문제 삼고 있는 정부 지출 조정은 별도 논의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부채 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수백만 명 실직, 기업 파산, 금융시장 혼란 등 미국 경제에 큰 고통이 예상되며, 이는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폴트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회동이 9일로 잡힌 것은 현재 하원이 휴회 중인데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어서 당장 만남이 어려워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7∼25일 일본, 파푸아뉴기니, 호주 순방에 나설 예정이어서 사실상 그 이전에 협상을 타결지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협상 시간이 너무 촉박해 디폴트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