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기간 동안  시장에 넘쳐나는 투자금 때문에 활황을 누렸던 스타트업계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투자심리 약화 탓에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데이터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캐피털 업계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370억 달러(약 42조7천억 원)로, 824억 달러(약 106조3천억 원)였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이와같은 투자액 감소는 투자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펜데믹)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제로금리로 시장에 돈이 넘쳐났던 지난 2021년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액수는 모두 3천460억 달러(약 446조7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급변하자 벤처캐피털도 더 까다롭게 투자 대상을 고르게 됐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 입장에선 이 같은 상황이 생존의 위기로 바뀐 셈이다. 

스타트업

투자 유치뿐 아니라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도 힘들어졌다. 또한 열기가 식어버린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로 자본을 모으는 것도 어려워졌다.

일례로 한때 바이오 업계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골드핀치 바이오는 자본조달에 실패하자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피자를 만드는 로봇을 개발해 한 때 기업가치가 22억5천만 달러(약 2조9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Zume'은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이같은 스타트업의 폐업 증가는 벤처캐피털의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벤처캐피털 업계의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 7%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감소가 스타트업의 폐업 증가 과정을 거쳐 수익률 저하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폐업 증가는 2021년 스타트업계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인한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정리 전문회사인 컬랜더그룹의 배리 컬랜더 회장은 "현재 폐업하는 스타트업들은 사실 1~2년 전 이미 문을 닫았어야 하는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풍족한 자본시장이라는 특수한 환경 덕에 생명을 늘린 좀비 업체들이 이제 폐업하는 것일 뿐 스타트업계 전체의 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