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피해자들에게 2억9천만 달러(약 3천741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성착취 피해자들의 변호인단을 인용해 이 같은 합의가 이뤄졌다고 12일(월) 보도했다. 이번 합의안은 법원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앞서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엡스타인이 지난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피해자들은 JP모건을 상대로 엡스타인의 성폭행에 대한 연대책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사용 용도를 파악해야 하는 은행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엡스타인은 이미 2008년부터 성범죄자로 등록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JP모건의 계좌를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송금하는 등 성 착취 행위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원고(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엡스타인은 1998년부터 JP모건과 거래했고, 50여개의 계좌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굴린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2013년에 엡스타인과의 거래를 중단했고, 이전에는 그의 범죄 행위를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JP모건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들이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매리 에르도스 JP모건 자산관리분야 최고경영자(CEO)가 2011년과 2013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자택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그가 엡스타인과 JP모건의 자선 펀드 수수료 관련 문제로 이메일 수십통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유럽의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도 엡스타인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달 엡스타인의 성 착취 피해자들에게 7천500만 달러(약 967억 원)를 지불키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