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들이 13일(목)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산업뿐아니라 관련 산업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작가조합(WGA)이 이미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조합도 가세하면서 1960년 이후 63년만에 동반 파업으로 할리우드는 거의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16만명이 소속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배우조합, SAG-AFTRA)은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특히 협상 당사자인 배우·작가 조합과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넷플릭스, 아마존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번 대규모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더 하고 있다.

배우조합과 영화·TV제작자연맹​ 간 계약은 지난달(6월) 30일 만료될 예정이었다가 협상 과정에서 한 차례 연장돼 12일 밤 자정을 기점으로 만료됐다.

배우조합은 앞서 파업을 시작한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시대 도래에 따른 재상영분배금(residual)과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감독·배우들에게 지급되는 로열티인 재상영분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배우들의 큰 불만이다.

배우들은 또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조합은 13일 AMPTP과 계약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14일 0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배우조합
(배우조합 대표가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은 파업 지침에 따라 14일부터 영화 촬영은 물론, 이미 제작이 끝난 영화들의 홍보 행사, 각종 시상식 등에도 참석할 수 없게 된다.

CNN에 따르면, 밀컨 연구소의 수석 전략가인 케빈 클로든은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동반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으로 40억달러(약 5조원) 이상의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로든은 배우조합의 파업 영향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영어권 지역에도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 5월 2일 이후 작가조합의 파업 기간에는 영화와 TV 시리즈 일부가 이미 쓰인 대본으로 촬영할 수 있었지만, 배우조합의 파업은 그 규모가 큰 만큼 즉각적인 촬영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측인 AMPTP가 이번 협상 막바지에 미 연방조정화해기관(FMCS)의 중재를 요청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AMPTP 소속) 스튜디오들은 배우조합 파업의 즉각적·중기적인 영향에 대해 (작가조합 파업 때보다) 훨씬 더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AMPTP가 지난달 초 미국영화감독조합(DGA)과 계약 협상을 타결해 작가조합 파업을 고립시키려 했지만, 이번에 배우조합이 합류하면서 그런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펜데믹을 거치면서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대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화·TV제작자연맹(AMPTP) 소속 대기업들이 배우들의 파업 영향을 심각하게 인식하면서도 배우들의 임금·재상영분배금 인상 등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트리밍 경쟁 심화, 산업구조 재편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팬데믹 기간에 신작의 극장 개봉이 불가능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고, 스트리밍 위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관련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게 됐다. 

전통적인 TV 케이블 사업도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크게 위축됐고, 광고 수익 등이 급감하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각 기업 CEO에게 수익성 확보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박은 날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