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자본은 전 세계에 묻지마식 투자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곳곳에 흘러넘쳤고,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 뉴욕의 호화 주택이나 5성급 호텔을 비롯해 각 도시의 상징적인 자산들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는 끝이 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서방에서 빠져나간 이들 중국자본은 동남아시아의 공장들을 비롯해 아시아와 중동, 남미의 광업과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쓰이고 있다.

중국이 그 곳에서 동맹을 공고히 할뿐아니라 중요 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보수적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집계하고 WSJ이 조사한 중국 투자 잠정치에 따른 결과에 따르면, 이런 중국 투자로 올해 최대 수혜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니켈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다.

이와같은 중국 자본의 투자 흐름의 변화는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과의 관계 악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세계 다른 지역과의 교역과 투자를어떻게 강화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유엔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투자는 지난해 약 1천4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이는 정점을 이뤘던 2016년의 1천960억 달러와 비교해서는 25% 줄었다.

해외직접투자가 최근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감소는 특히 선진국에서 더 가파르고 더 오래 지속해 서방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분리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정점을 이룬 2016년 중국 기업들은 주요 7개국(G7)에 총 840억 달러 규모에 120건의 투자를 했고, 이 중 63건은 미국 투자였다. 중국이 해외에 투자한 총액의 약 50%가 G7에 쏠린 셈이다.

그러나 작년에 G7 국가에 대한 중국 투자는 13건에 그쳤고, 투자액도 AEI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G7 투자는 총 74억 달러로 중국 해외 투자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미국 리서치회사 로디엄 그룹과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유럽 직접 투자는 지난해 88억 달러로 10년 만에 최저치였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앞

(월가에는 부를 상징하는 황소가 있듯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 앞에도 황소가 있다.)

반면 중국 기업과 국가 기관이 지난해 아시아와 남미, 중동에 총 24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인 루이스 쿠이스는 "대체로 중국이 해외 선진국에 투자할 여지가 줄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향후 3~5년 동안 많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AEI의 데릭 시저스 선임 연구원은 "시진핑이 살아있는 동안 (정점이었던) 2016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서방 경제의 중국 자본 감소는 캐나다와 미국, 호주 등에서 과거 부동산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던 것처럼 투기 행위를 줄이는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