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다. 우리도 그들을 죽이지 않고 그들도 우리를 죽이지 않길 바란다." 는 러시아 군인의 일기가 공개되 눈길을 끊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원령 발령으로 최전선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러시아 예비군인이 유품으로 남긴 일기가 공개되면서 생사를 가르는 전장에서의 러시아 병사의 심적 고민을 엿볼 수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모스크바에 살던 건설 노동자였던 비탈리 탁타쇼프(31)가 전장에서 작성한 일기를 공개했다. 

그는 2018년 결혼해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아버지인 탁타쇼프는 불과 약 1년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 다니며 휴가 때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가장으로 알려졌다. 

그의 일기는 '왜 싸워야하고 왜 죽여야하는지' 전쟁의 목적을 잃어버린 러시아 병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우크라이나 병사가 가진 가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유를 위해 싸워야한다는 절박감과는 많은 대조를 보인다.

그는 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전장에 끌려와 죽임을 당했다. 

그의 일기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던 평범한 가장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의 아픔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이 장기화 되고 러시아가 지난해 9월 예비역을 상대로 한 동원령이 발령

된 후부터다. 

탁타쇼프는 2달 뒤인 11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州) 토크마크 전선에 투입됐다.

탁타쇼프는 이때부터 올해 1월 초까지 공책에 가족에게 보낼 편지를 쓰며 전쟁터에서의 삶을 일기 형식으로 33쪽에 걸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29일자 그의 일기에는 "밤에도 소총소리가 들린다. 드론이 날아다니고 대포가 적동하는 걸 목격했다"면서 "(가족) 모두 너무 보고싶다. 이야기를 나누고싶다"고 기록되어있다.  

그 다음 날인 11월 30일에는 "두렵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 모두를 정말 사랑한다"고 적혀 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휴가마져 취소되자 그는 "오늘은 나무를 자르던 중 발목을 부러뜨려서라도 가족 곁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전장에서 죽은 채 우크라이나 군에 발견되었고 그의 일기장은 선데이 타임즈에 넘겨져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탁타쇼프처럼 동원된 러시아인은 30만여 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