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억만장자 세금(Billionaire Tax)'을 주민투표에 부치기 위한 서명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과 재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발의 단체는 11월 투표에 안건을 올리기 위해 등록 유권자 87만5천 명의 서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세금안은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거주자에게 일회성 5% 자산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인근 극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 상원의원이 참석해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중독 위기는 억만장자 계층의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달궜다. 세금안을 추진하는 노조는 12만 명의 의료노동자를 대표하는 SEIU-UHW로, 이미 2,500만 달러의 초기 자금을 배정했고 약 5,100명의 자원봉사자와 유급 서명 수집원을 동원해 서명 확보에 나섰다.
노조는 해당 세금이 향후 5년간 1,00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으며, 이 중 90%를 메디케이드 예산 보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개빈 뉴섬 (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일회성 부과 방식이 장기적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캘리포니아 입법분석국은 단기적으로는 수백억 달러의 세수 증가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소득자 이탈로 연간 수억 달러 이상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일부 억만장자들도 대응에 나섰다.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 구글 공동창업자는 소급 과세 금지와 신규 개인자산세 금지를 추진하는 별도 주민발의안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AI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 (David Sacks)는 X에 "이것은 일회성 세금이 아니라 첫 자산 몰수이며, 선례가 만들어지면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텍사스 거주자로 등록한 상태다. 다만 세법 전문가들은 법안 기준일이 이미 설정돼 있어 단순한 주소 이전으로 회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론은 전반적으로 찬성 우세지만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노조 측 내부 조사에서는 62%가 찬성, 31%가 반대했다고 주장한 반면, 공화당 전략가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찬성 48%, 반대 38%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억만장자 과세 강화에 대한 지지 응답이 과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발의안은 4월 중순까지 필요한 서명의 약 25%를 확보한 상태다. 유급 서명 수집원은 건당 10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이후 수천만 달러 규모의 광고전과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억만장자 측 자금력에 비해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노조 측은 유권자 지지가 충분하다며 통과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캘리포니아에는 약 255명의 억만장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세금안은 단순한 조세 정책을 넘어, 캘리포니아가 고소득자 중심의 성장 모델을 유지할 것인지, 재분배 강화를 선택할 것인지를 가르는 정치적 시험대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