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과 일본 등 외국 기업이 크게 수혜를 입고 있지만 이는 미국에도 동시에 '성공의 신호'(a sign of success)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상 IRA 법안 발효로 최대 수혜를 보고 있는 기업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과 한국 일본의 배터리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수)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톱 기업들인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삼성 SDI, SK온을 비롯해 일본의 파나소닉 등이 미국 시장의 IRA 기회에 주목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이름으로 반도체 등 첨단기술과 친환경 사업관련에 보조금을 주는 IRA를 도입했다. 이는 녹색에너지 분야에 3천700억 달러(약 473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WSJ은 이들 기업이 이런 큰 기회 때문에 자국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고 향후 배터리 산업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노동자와 후방산업 업체를 훈련하는 위험까지 감수했다고 말했다.
IRA가 공개된 후 외국 기업은 앞다퉈 미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한국, 일본 등 외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북미에 가장 많은 공장을 짓거나 운영 중인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미국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하는 배터리 공장은 8곳이나 되며, 경쟁사인 SK온과 삼성SDI도 북미 시장 시설 투자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나소닉의 경우 네바다주와 캔자스주의 배터리 공장과 관련해 연간 20억달러(약 2조5천600억원) 규모의 세금 공제 혜택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WSJ은 이와같은 정부 지원정책이 중국에서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중국상황을 소개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경제 생산량의 1.48% 이상을 특정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쏟아부었다.
여기에 시장가보다 낮은 토지 매매 등 중국 특유의 정책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1.7% 이상으로 늘어난다.
다만, 중국의 이 같은 산업 정책은 과도한 부채와 막대한 낭비 등 부정적인 면도 유발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중국과 달리 미국이 동원해온 산업 정책 지원 자금은 크게 적은 편으로 CSIS는 이 자금의 규모가 2019년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39%에 그쳤다고 추산했다.
이에 대해 WSJ은 "미국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금을 더욱 현명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WSJ는 이어 "중국이 초기 전기차 분야나 현재 반도체 분야에서 시도하는 것처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기술 리더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은 중국 전기차 업체에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막상 2023년을 기준으로 보조금이 끊기자 전기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과 일본 등 외국 기업이 IRA를 적극 활용해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좋은 뉴스'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최고 위치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기차와 배터리 같은 핵심 산업에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해내려면 미국의 동맹국이자 중국 주변에 있는 동아시아 기술 강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