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값싼 물품을 납품하던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등 아시아 공장에서 20대 청년들이 공장 노동을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지구촌 초저가 시대가 위협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월) 베트남의 한 의류 공장 사례를 들어 이 같은 지각변동 조짐을 전했다.

WSJ는 호치민에 있는 의류 공장인 '언어베일러블'(UnAvailable)은 최근 직장 내 복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사내 카페, 무료 요가 수업 등을 개설하면서 20대 청년들을 끌어드리려 애쓰고 있는 모습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동 설립자인 폴 노리스는 "다들 인스타그램을 하고, 사진작가가 되고, 카페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면서 "20대 인력은 훈련 도중 이탈하거나 몇 년 만에 그만둔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의 공장으로 꼽히던 동남 아시아 국가 전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대교체에 따른 SNS로 자기 노출을 과시하고 즐기는 청년들의 인식 변화가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청년층은 부모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인스타그램·틱톡에 익숙해져 점점 공장에서 일하기를 싫어하고 우아하고 폼나는 직종을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WSJ은 아시아 청년층이 부모 세대보다 자녀를 적게, 늦은 나이에 낳는 경향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했다.

20대 시절부터 가족을 부양할 고정적 수입이 덜 필요하다는 점에서 굳이 공장보다는 쇼핑몰이나 호텔 같은 서비스 직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공장 노동자는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은 역대최고의 21%를 기록하고 있으며, 구직을 포기한 청년까지 합하면 청년 실업률이 46%에 이를 것이라는 대학 교수의 연구발표도 나온 실정이다. 

더욱이, 다국적기업의 탈중국 현상으로 공장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로 이전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동남아시아의 공장에서는 구인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베트남 하노이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올해 초 퇴사한 25세 베트남 남성은 그랩 배달원으로 직종을 변경하고는 "상사가 없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공장에서 한 달에 400달러(약 52만원)를 벌었지만 이제는 두배를 받지 않고서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청년들 공장 근무 기피

이런 변화는 공장의 임금 인상을 불렀고, 이는 해외로 수출되는 물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베트남 공장 임금은 2011년 이후 두배로 올라 한달에 320달러 수준이 됐다. 중국에서도 2012∼2021년 122% 상승했다.

이 같은 공장 노동자들의 인금이상은 곧 1990년대 이후 30년간 아시아 공장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온 지구촌 초저가 시대에 종언을 고하는 것이다.

보다 값싼 노동력이 있는 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는 정치적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인프라 기반이 열악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인 소비자들은 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된 물품으로 생산된 저가 상품을 구입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