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신규 주택 판매 1위를 차지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Country Garden)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위기가 다른 부동산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금융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돈줄 역할을 하던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 산하 신탁사도 만기가 된 신탁 상품의 '상환 중단'을 선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처럼 이번 사태가 이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가진 금융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디폴트에 처한 헝다그룹의 경우 부채규모가 2000억달러(264조원)인 비구이위한보다 1.67배에 달하는 3330억달러 규모로 더 크지만, 비구이우안의 프로젝트 수가 헝다보다 4배나 많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 발생시 헝다의 디폴트보다 중국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중국 부동산업계에 도미노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주식 시장도 이에 주목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실제로 국영 부동산 업체인 위안양(遠洋· Sino Ocean)마저 2094만달러(약 260억원)의 채권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날 중국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컨트리가든은 제2의 헝다그룹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도입한 새 조치들 때문에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한 수준이다.

중룽신탁

14일(월) 블룸버그 통신은 신탁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에 투자한 중룽신탁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 끝에 수익 악화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중룽신탁은 작년에도 1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 지분을 매입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財聯社)는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中植系)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신탁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진보구펀(金博股份) 등 3개 회사에 만기를 맞은 상품의 지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차이롄서는 "중룽신탁이 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가 모두 3500억 위안(약 64조 원)"이라며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룽신탁에 300만 위안(약 5억5000만 원) 이상을 맡긴 투자자가 1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이번사태가 1998년 광둥국제신탁투자 파산 이래 최대 금융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부동산업체들은 주로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신탁업계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다.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중국 당국의 기조에 따라 은행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 신탁업계 규모는 2조9000억 달러(약 3869조 원)로 추산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중국 부동산 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대형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