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양국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도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 등 미 고위 인사들의 방중 회담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에 있어서 갈등을 완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러몬도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왕 부장과 회담을 하고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양국은 연간 7000억달러(약 927조원) 이상의 무역을 공유하고 있다"며 "(미·중관계는) 복합적이고 도전적인 관계이고 우리는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이라면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경제 관계 문제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중요하다"고 호응하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양국 무역·투자와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 규제와 중국의 희토류 통제 등에 대한 상호 수출 규제 조치 및 기업 제재 등 경제·무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재차 소통 채널 구축에 관한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문제 삼았지만, 러몬도 장관은 그 동안그 문제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며 중국 경제 발전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 우리는 강력한 중국 경제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가 안보 문제는 타협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없다"며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명분으로 한 대중국 기술 규제 등 현재 미국이 펼치고 있는 압박을 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러몬도 장관이 이번 방중 기간 수출 통제와 양국 무역 관계를 다룰 실무그룹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올여름 양국 관계에 보다 일관되게 관여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 교류와 실무그룹 신설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 방중은 미·중 간 대화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 개선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 상무부는 러몬도 장관 방중을 앞둔 지난 21일 27개 중국 기업과 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러몬도 장관 방중으로 양국 무역 분야 등에서 큰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그의 방중이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