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 청년 신자들에게 '러시아 황제의 후예임을 기억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5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인 청년 신자들에게 한 실시간 화상 연설에서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여기에서 스페인어로 연설을 이어가다, 마지막에 이탈리아어로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잊지 말라"며 "여러분은 위대한 어머니 러시아의 후예이니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다.
또 "여러분은 성인들과 왕들의 위대한 러시아,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2세의 위대한 러시아, 위대한 러시아 제국, 많은 문화" 같이 러시아를 추켜올리는 듯한 발언도 계속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환영의 뜻을, 우크라이나는 유감을 표명했다.
올레흐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교황의 발언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러시아의 선전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러시아가 내세우는 사상이 고의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교황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교황의 사명은 러시아 젊은이들을 계몽시켜 현재 러시아 지도부의 파괴적인 과정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스뱌토슬라우 셰우추크 대주교도 성명을 내고 "교황의 발언이 큰 고통과 우려를 자아냈다. 침략국(러시아)의 신(新)식민지 야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교황청에 해명을 요구했다.
반면 크렘린궁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과 관련해 "러시아는 풍부한 유산을 간직하고 있으며, 교황이 러시아 역사를 아는 것은 좋은 일이고 매우 흐뭇하게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교황청이 진화에 나섰다.
교황청은 29일 성명을 내고 교황이 과거 러시아 제국주의를 미화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젊은이들이 러시아의 위대한 문화와 정신적 유산에서 긍정적인 모든 것을 보존하고 증진하도록 격려할 의도로 발언한 것일 뿐 제국주의 논리와 정부 인사를 찬미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교황청은 다음날 논란이 된 발언을 뺀 채 연설문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문제의 발언은 교황청이 아닌 다른 종교 사이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