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도시의 은퇴자들에게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 농촌 살리기에 힘을 보태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 둔화 속 청년 실업률이 치솟자 당국이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한 데 이어 도시 은퇴자들에게도 농촌을 활성화하는 데 나서라고 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중국 농업농촌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교육부, 퇴역군인사무부, 자연자원부 등 여러 정부 부처는 공동 서명한 통지에서 공공서비스·교육·의료·기술 분야 은퇴자와 퇴역군인에게 농촌 부흥을 지원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정착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귀농자들은 개발 상담원, 마을 업무 감독관, 여론 수렴관, 마을 발전 고문 등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농촌 활성화는 인재와 자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통지는 "인재들과 대졸자, 숙련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향하게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가들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로 광활하고 가난한 농촌 지역은 인구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농촌 주민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 의료 시스템을 찾아 도시로 나가 농민공이 되면서 농촌에는 그들의 늙은 부모와 어린 자녀만 남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기간 농촌 부흥을 정책 우선순위로 내세웠고, 2021년 빈곤 탈출 선언 후에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면 농촌의 현대화를 통해 도농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젊은이들을 농촌 개발에 참여시키는 운동을 펼쳐왔는데 최근 경제 둔화 속 청년 실업률이 치솟자 청년들의 농촌행을 다시 독려하고 있다.
앞서 실업률이 올라갈 때마다 젊은이들의 귀향과 농촌 구직활동을 독려해온 중국 당국은 이번에도 청년들이 농촌에서 경력을 쌓는 게 좋다고 권유하며 이런저런 일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도시 은퇴자들에게도 농촌행을 적극 권유하고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은 최근 광둥성과 쓰촨성 농촌 지역 시찰에서 현지 관리들에게 중국의 빈곤 완화 성취를 공고히 하고 농촌 활성화를 우선시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후커우(戶口·호적) 제도를 정비하지 않는 한 이러한 캠페인은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후커우는 엄격한 사회·경제 통제 차원에서 인구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수십년간 유지한 중국 특색의 호적 제도다.
후커우가 있어야 현지 주거·의료·자녀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복지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할 경우 현지 후커우를 취득하면 농촌 후커우를 포기해야 하며, 이 경우 귀농 시 현지에서 주택이나 토지를 살 수 없다.
홍콩중문대 선전 캠퍼스의 타오 란 교수는 중국 매체 소후와 인터뷰에서 "귀농 은퇴자가 고향에서 집이나 땅을 살 수 없다면 고향으로 돌아갈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며 "농촌 인프라가 열악하고 의료와 연금 서비스도 도시보다 못한 상황에서 은퇴자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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