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격 10.6%↑, 물가상승 절반 견인...인플레 압박 지속할듯
연준 중시하는 근원물가는 4.3%↑...둔화세 지속해 시장 '안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수)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6%)를 소폭 웃돈 데다 7월 상승률(3.2%) 대비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로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했으나, 역시 7월 상승률(0.2%)에 비해 상승 폭이 커졌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휘발유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들의 지갑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10.6% 올라 8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가 절반을 웃돌았다.
주거비도 40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8월 물가 상승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줬다.
유가 변화는 전월 대비뿐만 아니라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데도 한 요인이 됐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WTI 기준)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지속하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년 전 높았던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해왔지만, 이제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3% 올라 둔화세를 지속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도 부합하는 수치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시장 전망(0.2%)을 약간 웃돌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 상승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때 눈여겨보는 지표 중 하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5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도 "6∼7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해 근원물가 추이를 중시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경제지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9월 들어서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유가가 소비자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들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만, 노동시장 과열이 완화하고 있는 데다 고금리 장기화로 미국 소비지출이 둔화하는 조짐을 보여 물가가 기조적으로 다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관측이 나온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국제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여름 일시적인 물가 상승 현상에 대해 "장기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의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노동시장 냉각으로 소비자들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소비지출 둔화와 물가 상승 둔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8월 물가 지표 발표 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선물은 개장 전 강보합세에 머물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