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넝 9조6천억원 투자한 자동차업체 파산...헝다자동차 위기도 계속
신에너지차 시장 활황에 너도나도 진입했다 고배..."전문지식·경험 부족"

바오넝 자동차
(바오넝 자동차. 웹사이트 캡쳐 )

중국에서 확장세가 꺾일 줄 모르던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산업에 앞다퉈 뛰어든 대형 부동산업체들이 부동산 위기로 인한 자금난과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장쑤성 쿤산시 인민법원은 지난 8일 '바오넝자동차'의 자회사인 '쿤산 쥐촹 신에너지 과학기술유한회사'의 파산을 결정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0일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의 경매 웹사이트에는 쿤산 쥐촹의 토지 3건(총 32만3천669㎡)과 무허가 건축물, 기계 설비 등을 6억1천100만 위안(약 1천116억원) 상당에 넘긴다는 항목이 올라왔다.

대형 부동산업체인 바오넝그룹은 2017년 바오넝자동차를 설립, 자동차 업계에 진출했다.

이후 체리자동차 계열사인 코로스(Qoros)자동차를 사들이고, 창안-푸조시트로엥의 광둥성 선전 공장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당시 바오넝그룹은 2022년까지 새 자동차 모델 26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바오넝 인수 후 코로스자동차 매출이 2018년 3.2배 넘게 급증하면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코로스의 판매량이 꺾이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선 거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바오넝자동차는 'BAO'나 '유바오리' 등 신차를 출시했지만, 지금까지도 양산은 못 하고 있다.

올해 4월 바오넝자동차가 발표한 문건에는 모기업인 바오넝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임금이 체불된 상황이라는 상세한 설명이 들어갔다.

계열사인 바오넝자동차판매회사는 2021년 6월 부실 상태에 빠졌고, 올해 4월 기준 임차료와 대출금·보증금·사회보험료가 밀린 데다 총 1억3천만 위안(약 238억원)의 임금까지 체불된 상황이었다. 전국에 남은 직영점은 7곳뿐이었다.

작년 바오넝그룹의 야오전화 회장은 당시까지 자동차사에 투자한 돈이 총 530억 위안(약 9조6천억원)에 이르렀지만, 제품 출시나 기술 개발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자산관리업체 IPG의 바이원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오넝자동차의 상황이 안 좋아진 이유로 핵심 기술의 결핍과 브랜드 영향력 부족, 자금난,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 실패, 내부 관리 문제를 꼽았다.

자동차 업계에 들어갔다가 수렁에 빠진 업체 가운데는 최근 중국 부동산 위기설의 한 축을 담당하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도 있다.

헝다자동차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68억7천300만 위안(약 1조2천50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문의 영업손실만 20억9천600만 위안(약 3천800억원)에 이르렀다.

자금난 속에 헝다자동차는 전략적 투자자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NWTN을 유치해 5억 달러(약 6천600억원)의 투자를 약속받았고 첫 투자금도 수령했다.

헝다자동차는 헝츠5와 헝츠6, 헝츠7 등 모델을 잇따라 양산 중이라고 했지만, 난관을 정말 넘긴 것인지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신경보는 설명했다.

이 밖에도 거금을 들여 인수한 WM자동차가 위기에 빠져 있는 야쥐러(애자일)부터 화샤싱푸(華夏幸福), 푸리그룹 등 다수의 대형 부동산업체가 자동차 업계에서 '쓴 잔'을 마신 상황이다.

바이원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볼 때 부동산업체가 자동차 업계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흔치 않은데, 자동차 제조업은 고도로 경쟁하는 자본집약형 산업이기 때문"이라며 "기술과 브랜드, 관리 등 전방위적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부동산업체는 자동차 제조 영역에서 전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에너지차 시장의 급속 발전에 따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업종을 뛰어넘는 새로운 브랜드가 나올 기회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사인 취안롄자동차업투자관리회사의 차오허 총재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기업과 달리 부동산업체와 자동차는 본래 연관성이 크지 않다"며 "자동차업에 진출한 부동산업체들의 가장 큰 잘못은 부동산업의 사업 모델을 자동차 제조에 그대로 들여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업체뿐 아니라 택시 등 모빌리티 플랫폼인 디디(2018년)와 검색엔진 바이두(2021년)도 자동차 업계에 들어갔지만, 상황이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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