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감시카메라용 반도체도 '기술 자립' 추진...'통제망' 강화의지 美, 반도체 가드레일 곧 완성
中, 희귀 광물 무기화에 美는 중앙아국들 '회유' 핵심광물 확보전...반도체 이어 경제 갈등 확산일로
화웨이 신규 스마트폰 출시 이후 중국의 안색이 변했다. 우쭐해진 기색도 비친다. '기술 자립'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긴장한 모습이다. '통제 망'이 헐거웠는지 다시 챙긴다. 이참에 통제 그물망을 더 촘촘하게, 더 넓게 짜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미·중 양국이 대만·남중국해·우크라이나전쟁을 포함한 각종 안보 이슈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충돌 방지에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첨단 반도체 등 경제 이슈에선 갈등과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굴기' 의지를 굽히지 않지만, 미국은 압박 고삐를 더 죌 심산이다.
◇ 中, 내친김에 감시 카메라 반도체도...기술 자립 드라이브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한 건 '반도체 굴기' 재개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많다.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장착된 이 스마트폰이 세계 1·2위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경쟁 중인 3나노 공정에는 5년 이상 뒤처졌지만, 중국의 기술 자립 가능성을 발신하고 있어서다.
7나노 칩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의 2세대 7나노 공정 칩 '기린 9000s'로 확인됐다.
중국은 SMIC의 7나노 칩 양산을 자신하면서,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이른바 화웨이 폰에 대한 '애국 소비 몰이' 중이다.
시장 정보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5위에 불과했던 화웨이의 점유율은 지난달 29일 메이트 60 프로 출시 이후인 9월 둘째 주(9월 4∼10일) 조사에서 점유율 17%로 2위로 올랐다. 화웨이의 1위 '등극'이 예고된 셈이다.
이제 중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은 화웨이 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을 겨냥한 애플 아이폰 사용 제한 통보에 이어 연일 지속되는 관변 언론매체의 기술 자립 홍보에 중국인들이 애국 소비로 호응한 결과다.
스마트폰 이외에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감시 카메라용 반도체 판매 증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8년 감시 카메라용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했던 하이실리콘이 미국의 제재로 시장에서 사라지는 듯했으나, 근래 '재기'에 성공하면서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근래 14나노 반도체 설계 장비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첨단 기술과 비교할 때 2∼3 세대(8년) 뒤진 것일지라도, 화웨이가 기술 자립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으로 읽혀 주목된다.
'중국 반도체 굴기' 희망으로 불리는 메모리반도체 회사 YMTC(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 동향도 놓쳐선 안 될 대목이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월 중국 국유 투자자들로부터 70억달러(약 9조3천억원)를 확보한 YMTC가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규합해 미국의 램 리서치 장비를 대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와 관련된 60조원대 국가 펀드인 '대기금'(공식 명칭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을 2014년 출범시켜 반도체 굴기를 추구했음에도, 각종 부패와 기술 부족으로 사실상 실패했던 중국이 다시 굴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중국은 첨단반도체 기술에 미래 산업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보고,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사생결단 의지로 맞서는 기색이 역력하다.◇ 美, 반도체 가드레일 곧 완성...'통제 망' 더 넓게, 촘촘하게
미국도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기술 등을 첨단 무기 제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디리스킹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대지만, 여기에서 밀릴 경우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미국은 2019년 5월 화웨이를 겨냥한 5G 반도체 수출 칩 수출을 시작으로 작년 8월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법(CHIPS Act)을 발효한 데 이어 한국·대만·일본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를 운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네덜란드 ASML의 첨단 반도체 제조 필수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의 중국 수출도 차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의 7나노 기반 스마트폰을 출시는 의외였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이 7나노 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어떤 기업이든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우회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반도체 가드레일 규정을 조만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력을 5% 이상 확장하거나 중국 내 우려 대상 기업과 공동 연구·특허사용 계약을 하면 보조금을 반환토록 하는 가드레일 규정안을 공개하고도 확정하지 않은 세부 사항을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미국이 중국 내 우려 대상 기업의 범위를 크게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의회는 더 강경하다.
미국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7나노 스마트폰 출시와 관련해 화웨이와 SMIC에 대한 기술 수출을 더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핵심 광물 확보전도 치열...'반도체 전쟁' 전방위로 확산
미중 양국 모두 안보와 경제 이슈를 '분리 대응'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양국이 여러 외교 채널 접촉을 통해 오는 11월 시 주석의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통한 미중 정상회담 성사 노력을 기울이는 등 충돌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이슈에선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디리스킹에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수출제한, 애플 판매 제한 압박으로 맞서면서 갈등과 대립이 확산하는 추세다.
중국은 지난 5월 21일 마이크론의 제품이 보안 위험을 초래했다면서 관련 제품 구매를 중지시켰고, 8월 1일부터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을 시작했으며, 화웨이 새 스마트폰 출시 이후에는 애플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통제를 '희귀 광물 무기화'로 인식한 미국이 이에 정면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 총회가 개최된 뉴욕에서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 정상과 'C(Central Asia의 이니셜)5+1'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하고, 중요 광물 대화 출범을 제안한 게 단적인 사례다.
미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국의 중요 광물의 공급 통제를 해소할 대체 생산지로 본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시 주석이 지난 5월 과거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C5' 국가 정상들과 회동해 에너지 안보와 일대일로 사업 협력을 공조키로 했음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C5+1' 정상회담을 하고 이들 국가를 '회유'한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디리스킹에 맞서 핵심 광물 통제권을 더 휘두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전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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