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지도자 고문 "주민 99.9%가 이주 희망...무기 포기 절차 진행 중"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영토 분쟁이 재발한 가운데 분쟁지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사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지도자인 삼벨 샤흐라마니안 측의 다비드 바바얀 고문은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우리 국민은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살기를 원하지 않고 인종 청소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르메니아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12만명에 달하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은 '아르차흐 공화국'이라는 국가를 세우고 아르메니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요구해왔다.
양국이 이곳을 둘러싸고 두 차례 전쟁을 벌여 '캅카스의 화약고'로 꼽힌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 19일 지뢰 폭발로 자국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공격해 하루 만인 20일 자치세력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이후 양측은 휴전 상태로 지역 재통합 협상에 나섰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을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바바얀 고문은 주민들이 본국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바얀 고문은 "우리 국민은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99.9%가 우리의 역사적인 땅을 떠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언제 이주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난한 사람들의 운명은 아르메니아 국민과 문명 세계 전체의 수치와 불명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의 운명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 하느님 앞에서 그들의 죄에 대해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바바얀 고문은 "아르메니아 민족 전사들이 무기를 포기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아르메니아는 그동안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왔으나 러시아가 지난해 2월 말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며 발목이 잡힌 데다 니콜 파니샨 총리가 친서방 노선을 걸으면서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아제르바이잔의 이번 공격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는 10명의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200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다쳤지만, 아르메니아의 유일한 안보 후원자인 러시아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사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원한다면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파니샨 총리는 안전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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