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내 가자시티서 대규모 군사 작전"...
백악관 "24시간내 대피는 무리"
하마스 "대피령은 심리전"...인도주의 위기 속 주민 동요 확산
이스라엘군이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주민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대대적인 보복 공습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IDF)는 이날 성명을 내 "며칠 안에 가자시티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일 것"이라며 가자시티의 모든 민간인에게 와디 가자 이남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고 알자지라 방송과 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앞선 이날 새벽 0시께 유엔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여명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유엔에 전달된 이스라엘의 대피 통보 대상은 가자지구 주민뿐 아니라 현지에서 활동하는 유엔 직원, 유엔이 운영하는 가자지구 내 학교와 보건소, 병원 등에 피란한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유엔은 이처럼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원의 대피가 불가능하다며 비극적인 재앙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피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중환자에게 (대피령은) 사형선고"라며 이스라엘의 대피령을 비판했고,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24시간 내 대피는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날 드론으로 가자지구 주민에게 "집에서 즉시 대피해 와디 가자 남쪽으로 가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며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유엔에 따르면 이미 가자지구에서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시작된 이래 42만3천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의 전면 봉쇄가 병행되면서 식량, 의약품, 연료가 고갈되고 유일한 발전소마저 가동이 중단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악화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의 대피령까지 내려지면서 주민의 동요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심리전에 불과하다며 주민들에게 집을 떠나지 말라고 발표했다. 일부 하마스 대원은 남부로 대피하는 북부의 주민을 막아 돌려보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가자지구 내 3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의 구분은 사실상 쉽지 않다.
주민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돼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민간인이 하마스로 오인돼 사살되는 참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선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수백㎞ 길이의 방대한 터널망을 구축했고 상당한 양의 무기와 물자를 비축해 놓은 까닭에 지상전을 벌인다면 이스라엘군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가자지구에서는 지난 7일 전쟁 발발 이후 전날 저녁까지 어린이 500명, 여성 276명을 포함한 1천537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왔고, 어린이 1천644명을 포함해 6천612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에서도 1천300명 넘게 숨지고 3천39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양측의 사상자는 1만2천명을 넘어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텔아비브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을 두루 만나 미국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미 탄약을 지원하고 제럴드 포드함 항공모함이 이끄는 막강한 전단을 동지중해에 배치한 미국은 전투기를 추가로 동원하기로 했다.
전날 텔아비브를 먼저 찾았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요르단에서 압둘라 2세 국왕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를 순방하며 '하마스 고립'을 위한 대중동 외교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이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 이스라엘에 지지와 지원 의사를 밝혔고 영국은 동지중해로 해군 함정과 정찰기 등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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