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돌발 발언에 논란 점화..."팔 자치정부도 역랑 부족" 여론
네타냐후, 2005년 당시 가자지구 철군 반대 사실 '소환'
英가디언 "과거 평화 아닌 안보 문제로 접근...또다른 폭력 낳을지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년 만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중동의 화약고로 불려온 이 지역과 이 곳에 터를 잡았던 230만 주민의 앞날이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군을 반대했던 사실과 이후 이곳에서 끊이지 않은 무력 충돌을 상기하며 재점령이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향후 시나리오를 둘러싼 혼란이 가자지구의 인적 재앙과 자신들 미래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은 전후 가자지구를 누가 어떻게 통치할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후에 일시적으로 유엔과 미국 등이 가자지구를 맡고 현재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미국 A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고 언급,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댕겼다.
하루 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하마스 소탕을 위한 전쟁이 끝난 뒤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2007년 PA를 장악한 정파 파타를 내전 끝에 서안지구로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통치해왔다.
그러나 정작 가자지구 주민과 전문가들은 PA가 통치하는 방안에 고개를 내젓는다. 부패했고 대중적 지지가 부족한 데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88세 고령인 점도 걸림돌로 제시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 (ICG)의 타하니 무스타파는 "아바스는 가자지구는 고사하고 서안지구도 통치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가자지구 남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지내는 아흐메드 알바시(26)는 "PA가 가자지구에 복귀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탱크를 타고 돌아오는 부패한 정권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누가 다스릴지는 다른 나라들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지도자 하난 아시라위는 "PA는 원칙적으로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보장하는, 보다 광범위한 평화조약의 일환으로서만 가자지구에 복귀할 것"이라며 어떤 팔레스타인 단체도 이스라엘 공격의 결과물로 가자지구를 관리하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안에서도 시나리오가 엇갈리는 가운데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결정과 당시 내각의 일원이었던 네타냐후의 판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철수 문제를 교착 상태에 빠진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안보 전략으로 여겼다고 분석했다.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 2000년부터 수년간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로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고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철수를 지지하던 네타냐후는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실을 무시하고 가자지구를 이슬람 테러리즘의 기지로 만드는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네타냐후의 비전이 무엇이건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보다 하마스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안보를 위한 공식이 아닌, 폭력의 새로운 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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