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브로드컴, 시진핑 만찬 참석하고 VM웨어 인수합병 승인받아"
"브로드컴·마스터카드는 개별 사례...개방 확대 가능성 작아"

중국 당국이 최근 미국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의 인수·합병(M&A)을 승인하고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의 자국 내 진출을 허용한 것이 해외기업들에 대한 개방 확대 신호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혹 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업인 만찬 주빈석에 앉기 위해 4만달러(약 5천170만원)를 들였다.

당시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고, 탄 CEO는 690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VM웨어 인수 거래에 대한 중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22일 브로드컴은 합병 만기일을 닷새 앞두고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어냈다.

브로드컴

지난해 5월 VM웨어 인수를 발표한 브로드컴은 중국이 승인을 해주지 않아 합병 만기 날짜를 3차례나 연기했었다.

중국 관리들로부터 승인 건이 단순한 비즈니스 문제만이 아니라는 암시를 받은 브로드컴은 시 주석 방미 준비차 지난달 말 워싱턴을 찾은 왕이 외교부장의 미국 기업인들과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은 미국 시민권자로 말레이시아 화교인 탄 CEO는 왕 부장을 만나 합병 문제를 거론했고 왕 부장은 당시 외국인 투자를 계속 환영한다면서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과 함께 시 주석 주재 만찬 주빈석 자리를 확보했던 마스터카드도 이후 중국 시장을 뚫었다.

중국 당국의 허가로 자사 브랜드를 단 위안화 표시 신용카드를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각은 두 사례를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올리브 가지'(화해의 상징)로 받아들이지만, 기업들이 어떻게 미·중 간 전략 경쟁의 볼모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릭 정 상하이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소장은 "브로드컴과 마스터카드에 대한 승인은 별개의 성공 사례이고 양국 관계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헤드 테이블에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도 있었고 시 주석의 방미 전 중국이 보잉 여객기 구매를 재개한다는 중국 매체의 보도도 있었지만, 아직 그런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간 무역 마찰과 두 건의 737맥스 추락 사고로 2017년부터 보잉사 여객기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

많은 기업 임원도 최근 승인이 중국이 외국 기업의 투자 문호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싱크탱크 콘퍼런스보드가 최근 중국에 본사를 둔 미국과 유럽 등 기업 CEO 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중국에 대한 신뢰도는 올해 상반기 72점에서 하반기 54점으로 떨어졌다. 50점 이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는 뜻이다.

CEO의 40%는 중국 내 자본 투자의 감소를 예상했다.

또 해외기업들은 지난 9월 말까지 6분기 연속으로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총 1천600억달러 이상을 중국에 재투자하지 않고 빼냈는데, 이는 해외자본의 중국에 대한 매력 감소세를 보여준다.

이 밖에 중국 내 각종 통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점과 외국 컨설팅회사에 대한 압수수색 및 임원들에 대한 출국금지 등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은 여러 도전과제에 직면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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