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길 총장, 美하원 청문회서 즉답 피하자 후원자 "기부 철회"
미국 명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반(反)유대주의 시위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자 이에 분노한 후원자가 1억 달러(약 1천300억원) 규모의 기부를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금)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스톤릿지 자산운용의 로스 스티븐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5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이 보인 행태에 "경악했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스티븐스 CEO는 이메일을 통해 "매길 총장의 행동으로 인해 나는 유펜에 1억 달러 상당의 스톤릿지 지분을 넘긴 것을 철회할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미국 최고의 경영대학원(MBA) 중 하나로 꼽히는 유펜 와튼스쿨에 금융혁신센터를 신설하는 걸 돕겠다며 2017년 유한파트너십(LP) 형식으로 1억 달러 상당을 기부했는데 이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CEO는 유대인에 대한 폭력을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대학 측의 '관대한 접근'은 "종교에 기반한 괴롭힘과 차별을 금지한 모든 정책과 규칙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매길 총장은 하원 교육 노동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공화당 엘리즈 스테파닉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유대인 제노사이드(genocide·소수집단 말살)를 부추기는 게 유펜 행동 강령에는 위배되지 않느냐는 말에는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응답했다.
이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초당적 비판이 쏟아지고 사퇴 요구까지 나오자 매길 총장은 7일 대학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은 "발언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미국 헌법에도 부합하는 우리 대학의 오랜 정책에 집중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대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촉구하는 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폭력을 촉구하는 것이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논란을 가라앉히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스 CEO는 학교 측에 보내는 이메일에서 "만약 새 총장이 취임한다면 그때는 (기부 철회) 결정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미국 CNN 방송은 스콧 복 유펜 이사장이 며칠 내로 매길 총장과 사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 대학가에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학생단체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17년간 봉쇄한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는 성명을 낸 것이 발단이었다.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무차별 납치·살해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나온 이 성명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후 전쟁이 격화하고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가 급증하자 미국 대학가에선 반유대주의 시위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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