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년 이직률 7.4%...중국 반환 1997년 후 최고치
"2020년 보안법 제정 이후 자기검열 강화, 학문자유 위축 탓"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3년이 지나면서 만연한 자기 검열 탓에 학자들이 대학을 등지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1~2022년 홍콩의 8개 공립대학을 떠난 학자는 360명, 이직률은 7.4%였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수치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2019년 이후 외국인 학생 등록도 13% 감소했다.

학자들은 2020년 6월 홍콩보안법이 제정된 이후로 자기 검열이 강화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법은 사법당국이 활동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 대상으로 분리주의 또는 반체제 성격으로 간주되는 활동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익명의 30대 교수는 "홍콩에는 더 이상 '레드라인'이 없다"며 "그들이 당신을 노린다면 뭐든지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친정부 언론의 공격을 받고 실직하거나 최악의 경우 자유를 잃을 수 있다며 익명을 고집했다.

학자들은 한때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던 홍콩 학계에 이 같은 두려움이 덮친 뒤로는 학문적 자유를 보장해온 세계적 수준의 도서관과 기록고, 진보적 교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도심에서 열리던 크고 작은 시위는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됐고, 공공 도서관에서는 당국이 '악성 이데올로기'를 조장한다고 지목한 책은 치워졌다.

영화들은 국가 안보를 근거로 검열되고 있으며, 학자를 포함한 민주주의 활동가 다수가 여전히 투옥 중인 가운데 구금되지 않은 이들은 지방선거 출마가 불허됐다고 BBC는 전했다.

보안 강화된 홍콩 이공대학교 입구

(보안 강화된 홍콩 이공대학교 입구. 신화 연합뉴스

BBC가 찾은 홍콩 중문대학(CUHK)은 2021년 보안 검색 제도가 도입돼 경비원들이 교수와 학생, 방문객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CUHK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와 경찰이 연일 충돌한 장소다. 한때 민주화 벽보와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던 이 대학의 벽은 이제는 깨끗이 정돈된 채 장애물로 막혀 있었다. 천안문 사태 희생자를 기리는 민주여신상도 2021년 치워졌다.

한 학생은 "사회과학을 배워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확실히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과학 분야의 한 교수는 "해외 교수와 학자들의 취업 지원이 끊어졌다"며 "연구 조교 채용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2020년 홍콩을 떠난 한 중국 전문가는 "홍콩은 비서방 지역에서 우수한 학문 중심지가 되기 위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며 "20년간의 진보가 홍콩보안법 하나로 인해 무너진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