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우주비행사 착륙 앞두고 방사선량 등 조사
SF거장 아서 C. 클라크 등 유해도 실려...달 신성시 美원주민 반발
내달에도 민간 달착륙선 추가 발사 예정...'달 경제' 활성화 실현될까

미국 기업의 탐사선이 세계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이라는 인류 우주 도전사의 새 이정표를 향해 지구를 떠났다.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이 개발한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8일(월) 오전 2시18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로켓 벌컨 센타우어에 실려 발사됐다.

민간 달 착륙선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벌컨 센타우어 로켓

(민간 달 착륙선을 싣고 발사를 준비 중인 벌컨 센타우어 로켓. 연합뉴스)

페레그린은 올해 2월 23일 달 앞면에 있는 폭풍의 바다 동북쪽의 용암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에 착륙할 예정이다.

이 탐사선의 착륙이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민간 달 탐사선으로 기록된다.

그간 달에 안착한 유·무인 탐사선이 있었으나 이들은 모두 미국, 소비에트연방(현 러시아), 중국, 인도가 국가 주도로 성공한 프로젝트였다.

아울러 미국으로서는 1972년 12월 마지막 유인 달 탐사선이었던 아폴로 17호 이후 51년여 만에 달 표면에 대한 탐사를 재개하는 것이 된다.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가 있는 애스트로보틱의 존 손턴 최고경영자(CEO)는 "아폴로 이후 처음이 될 미국의 달표면 귀환에 앞장선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페레그린은 아폴로 우주선처럼 달까지 곧장 날아가지 않고 한 달 동안 달 궤도를 돌다가 서서히 고도를 낮춰 연착륙을 시도한다.

이 탐사선에는 달의 표면 구성과 방사능을 조사할 과학기구가 실렸다. 이는 조만간 있을 우주비행사들의 달 착륙을 앞두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0년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개시해 올해 11월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려 달 궤도 비행을 시도하고, 2025년이나 2026년께에는 우주비행사 2명을 실제로 달에 내려보낸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높이 1.9m의 페레그린 탐사선에는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이 개발한 신발 상자 크기의 소형 탐사 로봇, 실물 비트코인, 에베레스트산 바위 조각 등 다양한 화물이 실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우주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유해 일부다.

AP 통신과 AFP 통신은 우주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의 원작자 진 로덴베리, 과학소설(SF)의 거장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 등 인사의 유해와 유전자가 페레그린에 실려 달에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페레그린 착륙선과 분리돼 태양 공전 궤도를 떠돌게 될 벌컨 로켓의 상단부에도 별세한 스타트렉 출연진들의 유해와 함께 조지 워싱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의 머리카락 샘플이 실렸다.

달을 신성시하는 미국 나바호 원주민은 인간의 유해를 달에 가져가는 계획에 항의했지만, 백악관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 관련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페레그린 착륙선에 실린 화물들과 관련해 애스트로보틱이 받은 요금은 1㎏당 수백달러에서 120만 달러(약 15억8천만원)까지 다양하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손턴 CEO는 순익분기점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요금이라면서도 첫 번째 비행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면서 "많은 사람의 꿈과 희망이 이것에 실려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달 착륙선을 싣고 발사를 준비 중인 벌컨 센타우어 로켓

(민간 달 착륙선을 싣고 발사를 준비 중인 벌컨 센타우어 로켓. 연합뉴스)

탐사선의 달 착륙은 고난도 작업이다.

달에 대기가 존재하지 않아 낙하산을 쓸 수 없는 까닭에 연착륙은 역추진에 의존한다.

여태 성공한 국가가 미국과 소련, 중국, 인도 등 4개에 불과할 정도다. AFP통신은 역대 시도의 거의 절반가량이 추락으로 끝났다고 짚었다.

최근 민간의 달 착륙선 계획은 달 탐사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사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환으로 애스트로보틱이 페레그린 착륙선으로 달에 나사 장비 등을 내려놓는 대가로 1억800만 달러(약 1천400억원)를 지불했다.

나사는 다음달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인 미국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와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쏘아올릴 '노바-C' 달 착륙선은 페레그린과 달리 달로 직행하는 1주일짜리 경로를 택할 예정이어서 두 착륙선은 며칠 혹은 몇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사의 조엘 컨스 탐사 담당 부행정관보는 "(민간 참여를 통해) 비용 대비 효율을 더 높이고 더욱 빠르게 아르테미스를 준비하기 위해 달 표면으로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ULA의 벌컨 로켓의 첫 데뷔이기도 했다.

아틀라스V 로켓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전장 61m의 이 로켓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제공한 메인 엔진이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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