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 발목 잡힌 국경통제 예산..."만성적 예산 부족 초래"

우크라이나 원조와 국경통제 강화 예산을 둘러싼 미국 하원의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민당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민자 수천 명을 조기에 풀어주기로 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4일(수)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관리는 이민자 구금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 약 4천∼6천여명의 이민자를 조기에 석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의 이주민 행렬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의 이주민 행렬. 연합뉴스)

현재 ICE 시설에 장기 구금된 이민자 수는 약 3만8천명이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기 석방될 이민자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대부분이 미국 내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부 국경을 넘어 끝없이 밀려오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 행렬 때문에 미국 이민 당국은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려 왔다.

지난주 미 상원에선 이민자 구금에 필요한 추가 비용 32억달러(약 4조 2천684억원)를 포함해 ICE에 예산 76억달러(약 10조1천376억)를 책정한 예산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처리가 불발되는 일도 있었다.

ICE를 관리하는 미 국토안보부(DHS) 대변인은 BBC에 의회가 국경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만성적인 자금 부족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국경 예산안의 부결은 "DHS가 현재 하는 국경 관리 작업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이미 혹사당하고 있는 인력에 더 큰 부담을 지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산 부족으로 인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과도한 이민자 유입을 막을 수 있는 ICE의 역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민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경 문제가 올해 대선의 큰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미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이민자 수는 6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240만명만이 이민 허가를 받았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이민 법정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