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올해 보고서, 외국 무역장벽 지적 축소...美도 보호무역강화 조짐?
美상공회의소 "외국이 무역장벽 높이는 데 그린라이트 줄 위험" 비판
한국의 외국사업자 망사용료 법안들에 "反경쟁적" 재거론
미국 정부기구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국회에 계류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들에 대해 "반(反)경쟁적"이라며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USTR은 지난달 29일(금) 공개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의 한국 관련 페이지에서 "2021년부터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한국의 인터넷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고 밝혔다.
USTR은 이어 "일부 한국 ISP는 그 자체가 콘텐츠 제공업체이기에 미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의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며 "더욱이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해치면서 한국의 3대 ISP 사업자들(KT·SK브로드밴드·LG U+)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반경쟁적일 수 있다"고 썼다.
USTR은 또 "미국은 2023년 내내 여러 계기에 한국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CP)가 ISP의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내는 대가를 말한다.
CP 가입자들이 넷플릭스 등을 보기 위해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만큼 외국 CP들도 대가를 내야 한다는 것이 ISP의 입장이지만 일부 외국 CP가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이런 망 사용료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USTR은 작년과 재작년 무역장벽보고서에도 한국 내 망 사용료 입법에 대해 이와 유사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한 USTR은 "몇몇 미국의 시장 접근 요구가 여전히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와의 협의 대상으로 남아있다"며 미국산 블루베리를 위한 시장 접근 확대, 체리 수입 프로그램 개선, 사과와 배, 텍사스 자몽, 캘리포니아 핵과 등의 시장 접근 개선을 현안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USTR은 "미국은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이들 제품의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올해 미국 무역장벽보고서는 작년에 비해 양 측면에서 18%(작년 466페이지→올해 394페이지) 줄었다. 한국 관련 내용도 작년 8페이지였다가 올해 6페이지로 축소됐다.
양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각국 무역장벽 조치의 국제법적 근거를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동시에, 무역 장벽에 대한 지적도 줄였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지적했다.
실제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올해 무역장벽보고서 서문에 "각 무역 파트너는 적법한 공공 목적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들을 채택할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넣었는데, 작년 보고서엔 없었던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외국의 무역장벽 제거에 USTR이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미국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성명에서 "외국 정부가 대미 무역 장벽을 높일 수 있게끔 그린라이트(허용 신호)를 줄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컴퓨터·통신 산업협회도 성명을 통해 "과거 USTR은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과 AI(인공지능)법,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데이터 현지화 요구 등 규제를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으나 올해 USTR은 이러한 장벽을 문제시하지 않거나 작년보다 지적 사항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2017∼2021년)에 이어 현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의 과거 자유무역 지상주의에서 크게 후퇴한 채,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으로의 회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무역장벽에 대한 공격의 예봉도 무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제프리 숏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시니어 펠로우는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통상포럼에서 "누가 미 대선에서 이기느냐와 관계없이 보호주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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