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내생적 성장이론 분야 대가인 폴 로머 보스턴칼리지 교수가 최근의 인공지능(AI) 붐에 대해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로머 교수는 29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블룸버그텔레비전(TV)과 만나 "지금은 AI의 미래 궤적에 대해 확신이 지나치다"면서 "사람들이 AI의 미래를 예상하면서 매우 심각한 실수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몇년 전 가상화폐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거품이 붕괴된 것처럼, AI에 대한 과도한 확신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 보스턴칼리지 교수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 보스턴칼리지 교수. 연합뉴스: )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앞서 2011년 11월 6만9천 달러에 육박했다가 이후 급락해 2022년 11월에는 1만5천 달러대로 내려간 바 있다.

AI의 경우 오픈AI가 2022년 말 AI 챗봇 챗GPT를 출시한 뒤 대중적인 관심이 고조됐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컴퓨팅 및 클라우드 분야에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AI 붐의 최대 수혜주로 불리는 반도체업체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3위에 올랐으며, 2위 애플을 바짝 추격 중인 상황이다.

로머 교수는 하지만 현재의 AI 서비스 개선 속도가 무한정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컴퓨팅 능력의 확장과 대규모 데이터 수집에 따른 수혜를 봤다. 컴퓨팅 능력의 확장은 매우 쉽다. 더 많은 기계와 반도체만 있으면 된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향후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AI 활용 분야인 차량 자율주행에서 이와 같은 데이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테슬라와 같은 업체들이 완전 자율주행에 대해 수년간 공약해왔지만 신뢰성 이슈가 계속 제기되면서 공약 실현이 미뤄지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로머 교수는 "사람들은 2년 후 현 상황을 되돌아보며 '정말 거품이었다. 그 진행 방향에 대해 과대평가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내기도 한 로머 교수는 기술혁신이 성장을 이끈다는 내생적 성장이론 연구로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