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전문가 등 "너무 높아 피해 커져" 주장...공항운영규정 위반 지적도
국토부 "여수·청주·포항공항에도 유사시설 있어"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이를 지지하기 위해 지상으로 돌출된 형태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항 측과 국토교통부는 아래로 기울어진 비(非)활주로 지면과 활주로와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세워 돌출된 행태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 살피는 과학수사대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 살피는 과학수사대. 연합뉴스)

30일 무안국제공항과 국토부에 따르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은 공항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이중 콘크리트 둔덕은 2m 높이로, 흙더미로 덮여 있었다.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은 4m 정도 높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측은 지난해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며 이러한 콘크리트 둔덕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공항 측은 "로컬라이저의 내구연한(15년)이 끝나 장비를 교체하면서 기초재를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또 활주로 끝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둔덕을 세워 수평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로컬라이저가 활주로의 중앙선과 수직을 이루도록 하여 배치돼야 항공기가 제대로 중앙 정렬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피해가 커지면서 둔덕이 지상으로 2m가량 돌출된 것이 여객기와의 충돌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는 동체 착륙 후 활주로 1천600m 정도를 질주한 후 로컬라이저·둔덕과 외벽을 연이어 충돌했다.

외국 항공 전문가와 전직 비행사들은 유튜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객기가 이러한 구조물과 충돌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사고기 파손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기장은 "여러 공항을 다니며 많은 안테나를 봤지만, 이런 종류의 구조물은 처음"이라며 "안테나를 더 높게 만들고 싶어도 콘크리트 벽을 건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도 기체 손상은 거의 없었다"며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나면서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 등 다른 공항에서는 이러한 돌출된 콘크리트 지지물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연이은 브리핑에서 "무안 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이 설치됐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공항은 콘크리트와 H빔을, 여수와 포항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썼다"며 "해외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이 콘크리트를 쓴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로컬라이저 등을 지지하는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cm 이상 높지 않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는 공항 안전 운영기준을 공항 측이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공항 측이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온 공항 안전 운영 기준에 둔덕의 높이 상한을 규정하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항 안전 운영기준 제41조 '포장구역의 관리' 1항은 공항운영자가 공항 포장지역과 비포장지역 사이에 7.5㎝ 이상의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비포장지역인 비활주로에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의 높이가 포장면인 활주로의 높이보다 7.5㎝ 이상 높지 않아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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