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준(Fed)에도 금리 인하를 촉구한 직후 발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관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는 앞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ECB는 목요일,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2.25%로 인하했다. 이는 지난 8차례 회의 중 7번째 인하 조치로, 2023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CB는 성명에서 "무역 긴장 고조로 인해 성장 전망이 악화되었다"며, 이러한 긴장이 "이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했고, 이는 향후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요점
이번 금리 인하로 유럽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는 2%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으며, 이는 최근 2년 내 가장 큰 격차다.
트럼프 대통령은 ECB의 조치가 나오기 전 소셜미디어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판하며, "파월은 오래전에 ECB처럼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며 "파월을 해임하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묻자, "파월 의장은 나의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이며 매우 존경한다"고 답했다. 또한 "우리는 금융 안정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그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주요 중앙은행 중 무역 관세로 인한 경제적 역풍에 처음으로 대응한 기관 중 하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올해 후반 유로존 경제 성장이 사실상 멈출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왜 ECB는 인하하는데 Fed는 멈췄을까?
ECB는 지난해 6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총 1.75%포인트를 인하했다. 반면 Fed는 지난해 9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1%포인트 인하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금리를 동결한 상태다.
이러한 차이는 유럽과 미국 간 경제 성장 속도의 차이를 반영한다. 유럽은 중국(주요 수출시장)의 둔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미국보다 훨씬 더 약한 성장을 보여 왔다. 관세는 양측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미국은 특히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ECB는 유럽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역풍을 상쇄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ECB가 추가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은 2025년에 최소 2차례 더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측 중이다.
물가 상승 기대치도 하락하고 있어 ECB의 금리 인하 명분을 강화시킨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하여 ECB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유가 하락과 유로화 강세로 인해 수입물가는 더 저렴해질 것이며, 이는 라가르드 총재가 언급한 인플레이션 완화 요인이다. 또한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저가 제품을 유럽 시장에 쏟아낼 경우, 물가 압력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배경 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더 강력한 관세 조치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해 EU에 잠시 숨통을 틔워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EU 상품에는 기본적으로 10%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자동차·철강·알루미늄 수출품에는 2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EU는 현재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보복 조치를 중단한 상태다.
무역 갈등의 폭발은 유럽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잠재웠다. 독일은 올해 3월, 기존의 엄격한 재정 규칙을 포기하고 국방 및 인프라에 최대 1조 유로(약 1.1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침체된 유럽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던 상징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관세가 지속되면, 이러한 정부 지출의 효과는 상쇄될 수 있으며,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딘 터너는 "우리가 실제로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기업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며, "결정을 내릴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고용도, 투자도 멈춘다. 이것이 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