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 중국 경제에 압박 시작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중국 경제를 압박하면서, 중국 경제는 무역 전쟁으로 인한 첫 번째 큰 충격을 나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수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중국 제조업의 수출 신규 주문 지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제조업 활동도 1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준을 보였다고  WSJ을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러한 급격한 하락은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매우 높은 관세가 중국 경제의 핵심 엔진인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내놓아야 할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와의 무역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재 베이징의 공식적인 메시지는 미국의 "횡포"에 맞서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4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로, 3월의 50.5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PMI 지수가 50 이상이면 제조업 활동이 확장 중임을, 50 미만이면 위축 중임을 의미한다. 4월의 수치는 2023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미중 경제

(미중 무역전쟁. 자료화면)

특히 수출 신규 주문 지수는 4월 44.7로 더욱 가파르게 하락해,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중 무역이 심각한 위축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로, 미국 수입업체들이 올 초 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재고 확보를 위해 앞당겨 주문했던 효과가 사라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의 대외 무역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 제품 수출을 막고 있으며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4월 초 동맹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지만, 90일간 유예 기간을 설정해 각국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기회를 제공했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이미 부과되었으며, 향후 의약품과 반도체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내 일자리와 제조업을 되살리는 것이 목표라고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중국은 특히 높은 관세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는 미국이 중국의 산업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중국은 90일 유예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미국은 자국 시장 접근권 협상에서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보복에 나서 미국산 수입품에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내 미국 기업을 겨냥해 규제하며, 배터리와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했다.

시진핑 주석은 장기적인 무역 전쟁에 대비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주 초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떤 나라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앞에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수치는 이러한 강경한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1은 수출에 의존했으며, 골드만삭스는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 제조업 일자리가 1,000만~2,000만 개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베이징은 무역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정부 지출 확대와 소비 진작을 약속했지만, 경제학자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 전망치를 줄이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주 중국의 1분기 공식 성장률이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2025년 성장률은 약 3.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베이징의 공식 목표치인 약 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설문 조사 결과가 실제 활동보다는 무역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감정적 반응일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4월 수출 신규 주문 지수는 2012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무역 전쟁이 무역과 투자를 뒤흔들며 전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4월 수출 지표가 부진했고, 미중 간 해상 물류도 급감하고 있다는 자료도 나왔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긴장을 완화하고, 비록 이전보다 축소된 수준일지라도 교역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WSJ은 미국 백악관이 무역 전쟁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스마트폰 및 일부 소비자 전자제품은 관세에서 제외되어 있고, 중국도 미국산 반도체 장비와 항공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실질적인 무역 협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