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보수 성향 공화당 의원들이 5월 16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추진하던 대규모 세금·지출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추진에 타격을 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그리고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법안 내용에 이견을 제기하며 법안 통과에 반대표를 던졌다.

Rep. Chip Roy (R., Texas)

(칩 로이 (공화당,Texas) 위키)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 표결에서, 칩 로이(텍사스), 랄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조시 브리친(오클라호마), 앤드루 클라이드(조지아) 의원 등 보수 성향 공화당 의원 4명이 민주당 전원과 함께 반대표를 던져 법안은 16대 21로 부결됐다. 공화당의 로이드 스머커(펜실베이니아) 의원도 절차상 사유로 반대했으나 향후 재표결을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보수파 "지출 삭감·복지 개편 미흡"...강경 개혁 요구

예산위원장 조디 애링턴(텍사스)은 "법안을 월요일 재상정할 계획"이라며, 주요 쟁점들에 대해 합의가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칩 로이 의원은 "이 법안은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주말 내내 논의를 이어갈 것이며,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지연은 메모리얼데이(5월 27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공화당 지도부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아침 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공화당 안에 '쇼맨'은 필요 없다"며 "말 그만하고 행동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로이 의원과 보수 동료들은 이번 법안이 사회복지 지출을 축소할 드문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현재 2029년부터로 되어 있는 메디케이드 근로요건 도입 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역시 더 빠르게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법안은 세금 감면은 앞당기고 지출 삭감은 지연시키고 있어 단기적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내부 분열..."보수 만족시키면 중도표 잃는다"

애링턴 위원장은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동의하며, 해당 이슈들을 해결해 법안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재표결 후에는 규칙위원회에서 수정안을 반영한 뒤 본회의로 상정될 예정이다.

한편, 공화당 지도부는 강경 보수파와 동시에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출신 온건파 의원들과도 협상 중이다. 이들은 현재 연 $10,000로 제한된 주 및 지방세 공제(SALT) 한도를 $30,000까지 높이자는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줄이는 구조가 중산층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청정에너지 세제 혜택이 과도하게 축소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젠 키건스(버지니아) 의원처럼, 법안의 조정이 한쪽을 만족시키면 다른 쪽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화당은 현재 하원에서 220석을 보유해 3표만 이탈해도 법안이 부결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트럼프 "7월 4일까지 통과시켜라"...재정적자·복지 축소 내용 포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법안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 부르며, 7월 4일까지 양원을 통과시켜 자신의 책상에 올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안은 국방 및 국경 보안 예산 증액 외에도, 올해 12월 31일 종료 예정인 세금 감면 연장, 팁·초과근무·사회보장급여에 대한 비과세 조항 등 트럼프식 감세 공약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영양 지원과 메디케이드 예산은 축소되며, 이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은 법안 전체에 반대하고 있다. 하원 소수당 대표 하킴 제프리스(뉴욕)는 "공화당은 국민의 건강보험을 빼앗고 있다"며, "민주당은 결코 이 극단적 의제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멈추면 여름 내내 혼란"...내부 우려도 확산

보수파와 온건파의 갈등 속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법안에 대한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톰 맥클린톡(캘리포니아) 의원은 "첫 단추부터 실패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며 "우리는 여름 내내 민주당의 즐거움이자 국민의 절망이 될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를린 스터츠먼(인디애나) 의원은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지지할 만한 정책이 있다"며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청정에너지 세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해 온 브리친 의원은 "2031년까지 일부 세액공제를 유지하는 조항은 로비스트들의 압력으로 결국 폐기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린 뉴딜은 중독이다. 정치인들이 후원금을 주는 기업에 굴복해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