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에게 2025년은 '최악의 해'로 기록될 조짐

23일(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극우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 로라 루머는 "일어나요, 팀 쿡(Tim Cook)"이라는 글을 X(구 트위터)에 올리며, 트럼프의 무역 타깃 중심에 애플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 관세 위협은 올해 쿡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는 현재 두 명의 미국 판사, 유럽 및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 주 및 연방 입법자들, 그리고 아이폰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서가는 경쟁사들까지 합세해 애플의 독보적인 수익성에 타격을 주고 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의 고수익 구조는 오랫동안 회사의 상징이었고,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넘어설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애플 주가는 정점 대비 25% 하락했으며, 투자자들은 쿡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자료화면)

그럼에도 애플은 인내심 있는 회사이며, 과거에는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아이폰 디자이너, AI손잡다

이번 주에는 아이폰의 대표 디자이너였던 조니 아이브(Jony Ive)가 OpenAI에 합류해 '스크린 없는 차세대 컴퓨팅 기기'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본인의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에 OpenAI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목적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검은 사각형(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현 컴퓨팅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데 있다. OpenAI는 이후 직원들에게 "1억 대의 AI 동반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새로운 기기를 전혀 만든 적 없는 조직이 도전하는 만큼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아이폰을 만든 장본인이 이끄는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실제로 애플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에디 큐(Eddy Cue) 부사장은 최근 법정에서 "지금으로부터 10년 후면 아이폰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

AI에서 뒤처지는 애플

애플은 오는 6월 개발자 회의(WWDC)에서도 AI 기술력에 대한 뚜렷한 진전을 내놓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쿡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더 개인화된 Siri 비서를 개발 중이나, 품질 기준에 아직 미달"이라며 출시가 지연되고 있음을 밝혔다.

애플이 항상 '최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 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모두 애플이 처음 만든 것은 아니지만, 결국 시장을 장악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비스 수익성도 흔들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70%가 넘는 이익률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왔다. 반면 최근 판결에서 한 판사는 애플이 앱스토어 수수료 우회 허용에 대한 법원의 명령을 무시했다며 "팀 쿡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도 유사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 규제기관들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주·연방 의원들은 앱스토어에서 미성년자 사용자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이는 10대 사용자 기반과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구글이 매년 애플에 지급하는 사파리 기본 검색엔진 수수료-약 200억 달러 규모-가 독점금지 재판의 결과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애플에 사실상 '순수익'으로 작용하는 수익원이다.

진짜 위협은 '공급망'

하지만 팀 쿡의 최대 업적이자 동시에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애플의 중국 중심 공급망이다.

트럼프의 요구와 달리,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인도에서 최종 조립을 일부 이전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 상당수는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같은 조립 구조는 미국향 제품에 대한 관세 차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성을 제공하긴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바라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아이폰은 현실성이 없다. 그런 아이폰은 3,000달러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쿡은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다른 생산 품목의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반도체 생산을 미국에서 늘리는 것을 원한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애플은 이미 AI 서버를 텍사스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트럼프는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쿡은 백악관과 수차례 통화를 했고, 직접 방문해 협상에 나섰다. 애플의 차기 '평화 제스처'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