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경제집사, 미국과의 새 무역전쟁에서 강경 노선 선언... 희토류 수출 승인 지연으로 압박

중국의 새로운 무역협상 책임자 허리펑(何立峰) 부총리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시진핑 주석의 확고한 의중을 대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 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더는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허 부총리에게 부여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과의 충돌에 임하고 있다.

허리펑

(허리퍼 부총리)

허리펑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무역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으로부터 90일 간의 '무역 휴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 직후, 허 부총리는 협상의 핵심 조건이었던 희토류 수출 관련 승인 절차를 지연시키며 다시금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네바 휴전 이후 다시 격화 조짐

양측은 서로가 합의 이행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그 결과 무역 휴전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중국 측은 미국이 화웨이 인공지능 칩에 대한 경고를 통해 사실상 적대 행위를 재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조치에도 공식 항의했다.

백악관은 시 주석과의 정상 간 통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돌파구 마련에 나설 뜻을 내비쳤지만, 협상의 분위기는 험악하다.

시진핑의 강경 전략... "이제는 다르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 협상팀은 미국 유학을 다녀온 친시장파 류허 부총리가 이끌며 미국과의 원만한 타협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시 주석은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을 지지하는 허리펑에게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지 말라'는 뚜렷한 임무를 부여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를 145%까지 인상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행보와 맞물려 더욱 뚜렷해졌다. 시 주석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물자 수출 통제, 기술 자립 가속화 등으로 미국에 '실질적인 고통'을 줄 수 있는 수단을 강화해 왔다.

중국은 또한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로봇 등 전략 산업에서 기술 격차를 줄이며 미국 제재에 대한 저항력을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미중 협상, 다시 시험대에 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이후 자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 허리펑은 제네바 회담에서 "건설적인 분위기"라고 강조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는 존재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위축, 고용 불안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일부 고위 경제 참모들은 "강경 일변도 전략이 과연 유리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희토류 수출 승인 지연... 무기화되는 공급망

허리펑은 희토류 수출 승인을 90일 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 대한 보장은 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향후 협상에서 미국에 대한 지렛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측도 맞불을 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고,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움직임도 그 일환으로 분석된다.

협상에서 허리펑을 보좌한 리청강(李成钢) 부부장 역시 WTO 협상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법적 대응 전략을 주도해왔다.

"1단계 합의는 屈辱"... 시진핑, 과거 협정 부정

트럼프 1기 시절 체결된 '1단계 무역 합의'는 중국 내에서 '굴욕적 조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합의는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대량 구매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대부분의 관세를 유지했다.

이를 주도한 류허 전 부총리는 은퇴 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중국은 당초 약속했던 구매 목표를 지키지 않았다. 시 주석은 당시 류 부총리의 온건 노선에 실망했으며, 이번 협상에서는 허리펑이라는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워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시진핑과 뜻을 같이하는 허리펑

허 부총리는 시 주석과 1980년대 샤먼 시절부터 함께 공직 생활을 해온 인물로, 국가 주도 산업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 그는 저가 중국 제품 수출에 대한 서방의 우려에 대해 "세계에 이익을 주는 일"이라며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중국의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도 주도하고 있으나,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허 부총리는 미국의 기술 제품에 대한 수입 허용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산 농산물과 제조업 투자 확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대가를 요구할 것"

미국 측 요구사항만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실질적 이득이 수반되지 않으면 합의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협상 기준선은 1차 무역전쟁 당시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이제는 미국도 중국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아서 크로버 Gavekal Dragonomics 대표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