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까? **퍼리즘(Purism)**이 만든 **'리버티폰(Liberty Phone)'**은 그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가격은 무려 1,999달러, 성능은 아이폰보다 뒤처지지만 보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 스마트폰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에 위치한 퍼리즘 공장에서 조립되며, 일부 부품은 미국산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같은 핵심 부품은 여전히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들여온다. 완전한 미국산 제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 동안 해봤지만..." 리버티폰의 탄생
퍼리즘의 창업자 **토드 위버(Todd Weaver)**는 "지난 10년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국 내 제조를 추진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국내 공급망이 없는 부품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월 1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지금까지 판매된 총량은 10만 대 미만이다. 비교하자면, 애플은 2024년에만 약 2억 2,500만 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

리버티폰은 안드로이드나 iOS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동차용으로 설계된 NXP(네덜란드 기업)의 칩을 활용하며, 퍼리즘이 자체 개발한 PureOS 운영체제를 구동한다. 통화, 문자, 웹 브라우징 및 간단한 앱만 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화면은 중국산, 배터리도 중국산, 후면 카메라는 한국산이다. 위버는 "미국 내에서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이 없다"며 인프라 부족을 지적했다.
애플이 미국에서 폰을 만들 수 없는 이유
이런 현실은 왜 애플이 미국 내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않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제프 필드핵 디렉터는 "사양을 낮춘다고 해도, 미국 내에서 전부 조달하려면 수년이 걸리고 실질적이지 않다"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고급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 미국에 없다"고 말했다.
리버티폰의 제조 원가는 약 650달러, 반면 2024년 중국에서 생산된 아이폰 16 프로 맥스의 원가는 약 550달러로 추산된다. 퍼리즘의 경우 미국 인건비로 인해 원가가 높지만, 사용된 부품은 기본적인 수준으로 저해상도 화면, 단순 카메라, 낮은 RAM 용량을 갖췄다.
위버는 "리버티폰은 아이폰과 경쟁하려는 제품이 아니다"라며 "검증된 공급망과 미국 조립이라는 가치를 담은 보안 중심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의 절반 이상은 미국 내 정부기관이다.
"보안에 민감한 고객층이 타깃"
그는 일반 소비자층으로는 "보안 전문가, 자녀에게 안전한 휴대폰을 사주려는 부모, 고령층, 그리고 빅테크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밝혔다.
"고성능 카메라가 필요한 사람은 우리 고객이 아닙니다."
퍼리즘은 월 생산량을 10배 늘려 월 10만 대 규모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를 위해선 설비 투자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벤처캐피털 자금 없이 자체 수익과 크라우드펀딩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산 전자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퍼리즘은 이미 대량 부품을 확보해 관세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위버는 "장기적으로 관세가 도입된다면, 리버티폰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화는 아직 먼 길... 그래도 시작은 했다"
미국 내에서는 인텔이 일부 칩을 생산하고, TSMC·마이크론 같은 기업도 현지 공장을 짓고 있지만, 전 세계 생산량 중 미국의 비중은 여전히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필드핵은 "기술력도 아직 한계가 있고, 비용도 높으며, 본격적인 전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버티폰은 지금으로선 국산 스마트폰의 상징적인 존재에 머물고 있지만, 미국 내 제조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