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5% 이상의 고금리로 주택을 구입한 수백만 명의 주택 소유주들이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이들은 기대했던 재융자 기회를 놓친 채, 높은 이자율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23년,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에서 타운하우스를 매입한 션과 제니퍼 글로커 부부는 모기지 금리가 7.6%임에도 불구하고 곧 금리가 6%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가정하에 주택을 구입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리는 6.6%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택 보험료까지 상승하면서 부담은 가중됐다. 결국 이들은 해당 주택을 올해 3월 매물로 내놓고, 6월에는 가격을 인하했다.

"재융자가 안 되면서 이 집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실망스럽죠." 글로커는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리로 상환이 가능하다면 매입 후 향후 재융자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른바 "집은 결혼하고, 금리는 데이트하라(marry the house, date the rate)"는 부동산 격언이 과거에는 통했다. 2020~2021년 초저금리 시기 수많은 미국인이 수백 달러의 월 납입금을 절감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졌다. 2022년 9월 이후 모기지 금리는 단 한 번도 6%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로 인해 수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재융자 없이 고금리 대출을 떠안은 채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부동산

(부동산 매물표시 사인. 자료화면)

대출 데이터 기업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 따르면, 현재 6.5% 이상의 모기지를 보유한 가구는 750만 가구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은 2022년 이후 신규 대출을 받은 사례다. 일반적으로 재융자를 통해 이득을 보기 위해선 기존 금리보다 최소 0.5%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 조건이 요구된다.

애리조나주 리지파이낸셜의 스테이시 멜튼 부사장은 "요즘도 매일같이 재융자 문의 전화가 오지만, 대부분 조건이 맞지 않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집을 구매한 미국인 중 5명 중 1명은 높은 금리의 모기지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매자는 구입 당시 건설사나 판매자로부터 금리 인하 혜택을 받아 초기 몇 년간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내슈빌에 거주하는 맥·리아 허드슨 부부는 2023년 주택 구매 시 첫 해 4.75%, 둘째 해 5.75%의 금리로 시작해 올해 말 6.75%로 상승할 예정이다. 허드슨은 "최고 금리도 감당은 가능하지만, 솔직히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일부는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아이다호주의 저스틴·마리사 댄스 부부는 당초 6.99%까지 올라갈 예정이었던 모기지를 5.99%의 5년 벌룬 론(balloon loan)으로 전환했다. 5년 후 잔여 대출금 전액이 만기 상환되지만, 그 이전에 다시 재융자할 계획이다.

"지난번엔 금리가 떨어질 줄 확신했는데, 이제는 기대보단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저스틴 댄스는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가 6%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가 예상보다 지연된 데다, 고용 지표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기회'로 여겨졌던 고금리 매입 전략이 시간이 흐르며 점차 '부담'으로 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과거보다 신중하게 금리를 바라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