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VSA 사실상 관리·유통 장악 검토... 러시아·중국 견제와 유가 인하 노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향후 수년간 사실상 장악·관리하는 대규모 구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제시해온 배럴당 50달러 수준의 유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백악관 내부의 판단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etróleos de Venezuela(PdVSA)에 대해 미국이 일정 수준의 통제력을 행사하고, 생산된 원유의 상당 부분을 확보·마케팅·유통하는 구조를 상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재 완화나 원유 구매를 넘어, 베네수엘라 석유 공급망 전반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하는 구상이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원유시추펌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원유시추펌프. AP )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미국은 자국 및 우방국 내 생산량을 포함해 서반구 최대 석유 매장량에 대한 실질적 관리권을 확보하게 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목표인 ▲러시아·중국의 베네수엘라 영향력 차단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인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두로 체포 직후부터 접촉... 석유 통제 논의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직후부터 새로 출범한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와 비공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의 핵심은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원유 매장량을 어떻게 증산하고, 이를 미국 주도로 국제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지에 맞춰져 있다.

베네수엘라의 임시 지도자인 델시 로드리게스는 미군의 마두로 체포를 "양국 관계의 오점"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경제 관계를 포함한 미국과의 협력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공개적 반발 속에서도 실무 협상 여지를 남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제재 완화·원유 판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팔겠다"

백악관은 이미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를 선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베네수엘라가 3천만~5천만 배럴의 제재 대상 원유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원유를 앞으로 무기한으로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라이트 장관에 따르면, 현재 저장돼 있던 원유뿐 아니라 향후 생산되는 물량도 미국이 직접 시장에 내다팔 계획이며, 판매 수익은 우선 미국이 관리하는 계좌로 들어간 뒤 추후 베네수엘라 임시 당국에 배분될 예정이다.

낮은 유가의 역설... 트럼프 지지 기반과의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인하를 소비자 물가 안정과 직결된 정치적 성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유가는 이미 배럴당 50달러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미국 셰일 업계는 50달러 이하 유가를 수익성 한계선으로 보고 있다.

장기간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 중 하나인 미국 셰일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이 계획의 가장 큰 딜레마다. 실제로 미국 원유 생산 증가율은 최근 1년간 약 3%에 그쳤으며, 이는 정책 효과보다는 현장 효율 개선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을 더 크게 만들려는 전략"

에너지·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구상이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트럼프식 세계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에너지 연구기관 관계자는 "이전 행정부가 동맹을 강화해 미국의 영향력을 키우려 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자원을 통제해 미국 자체를 더 크게 만들려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수년간의 방치와 투자 부족으로 심각하게 훼손돼 있다. 생산을 의미 있게 늘리기 위해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현지에서 실질적으로 활동 중인 대형 미국 기업은 Chevron 정도에 불과해,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도 적지 않다.

장기전 예고... 세계 에너지 질서에 파장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베네수엘라 양국이 석유를 통해 어떻게 공동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들과의 협력도 검토 중이다.

이번 구상은 단기적 유가 변동을 넘어, 미국이 서반구 에너지 질서를 재편하려는 장기 전략으로 평가된다. 계획이 실제로 실행될 경우, 글로벌 석유 시장과 미·중·러 간 에너지 패권 경쟁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