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엔바움 대통령, 마약 단속·군 투입 등 협조했지만... 트럼프 "8월 1일부로 30% 관세" 경고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시엔바움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신중히 관리하며 마약 카르텔 대응과 국경 안보 문제에서 적극 협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유화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관세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멕시코 정부가 불법 마약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8월 1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공개서한에서 "멕시코는 아직도 북미 전체를 마약 밀매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카르텔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하이오 연설을 위해 나온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화면)

시엔바움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면 대응을 피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불만 표출과 일방적 조치에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카르텔을 '테러조직'으로 간주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며 안보 최우선 과제로 격상했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펜타닐 제조 실험실 수백 곳을 폐쇄하고, 마약왕 29명을 미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등 단속 수위를 높여왔다. 국경에도 1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불법 이민을 차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내 펜타닐 적발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다. 멕시코 관리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드론을 투입하거나 특수부대를 보내는 등의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고 밝혔다.

협상 진전에도 반복되는 갈등

멕시코 측 협상 대표인 마르셀로 에브라르 경제장관은 최근까지도 워싱턴과 협상을 이어왔으며, 금요일에도 트럼프 고위 관계자들과 안보·이민·수자원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회담 당일 트럼프의 서한이 돌발적으로 공개되면서, 멕시코 정부는 "부당한 대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브라르 장관은 토요일 SNS에 "양국이 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멕시코가 협상에 착수했다고 공식화했다.

한편, 멕시코는 현재 미국 최대 교역국으로, 2024년 기준 양국 간 교역 규모는 8,400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부합하지 않는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이번 관세는 기존 협정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전면적인 압박 수단으로 해석된다.

캐나다도 비슷한 상황... 유화적 접근 효과 없어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한 대응은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월 취임 후 트럼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이번 주 역시 관세 인상 경고를 받았다. 지난 G7 정상회의에서는 시엔바움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첫 대면을 위해 캐나다까지 날아갔지만, 트럼프는 하루 먼저 귀국해 회동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전화통화에서 시엔바움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불법 이민과 펜타닐 밀매 감소 등 양국이 이룬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며 양자간 공식 협의 틀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이에 동의했고, 워싱턴 협상의 계기가 되었다.

미국 내 정치적 공세... 시엔바움, 대응에 진땀

멕시코 정부는 미국 내 정치적 공세에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4월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엠은 멕시코 내 TV 광고를 통해 "불법 이민자는 사냥당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을 내보내 시엔바움 정부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어 6월에는 백악관 회의 도중 노엠 장관이 "시엔바움 대통령이 LA 폭동을 조장했다"고 비난했고, 이에 대해 시엔바움은 "폭력을 지지한 적 없으며 발언이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금융 부문도 압박... 미국 제재에 멕시코 은행 흔들

지난달 말에는 미국 재무부가 멕시코의 두 소형 은행과 한 증권사를 자금세탁 및 펜타닐 전구체 유통 연루 혐의로 지목하자, 멕시코 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금융기관들을 신속히 인수 조치했다. 해당 기관들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투자자들은 거래를 대거 취소하며 금융시장에 충격이 있었다.

전 멕시코 외교장관 호르헤 카스타녜다는 "시엔바움 대통령은 트럼프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양보했다"며, "우호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멕시코가 특별대우를 받는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