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CEO의 설득 통하며 수출 규제 일부 완화... 미·중 무역협상에 '신뢰 제스처'
엔비디아는 자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 칩을 중국에 다시 판매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보장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냈다.
WSJ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은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동한 며칠 후에 나왔다.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지난 4월 H20 칩 수출을 제한해 엔비디아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안긴 뒤의 급선회다. 황 CEO는 현재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며, 현지 고위 당국자들과의 만남 직후 기자들에게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첫 4조 달러 기업... 취약점은 중국 수출 규제
엔비디아는 지난주 미국 최초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이 되었지만, 그동안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바로 중국 수출 제한이었다. H20 칩은 미국 정부의 우려를 반영해 성능을 일부 제한한 '중국 전용 AI 칩'으로, 2024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돼 왔다.
이번 결정으로 H20 칩에 대한 상무부의 수출 라이선스 발급이 허용되며, 곧 공급이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최첨단 AI 칩에 대한 수출은 여전히 제한된다.
신형 '중국용 AI 칩'도 개발...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황 CEO는 또 하나의 신형 중국 전용 AI 칩도 개발했으며, 이는 공장 자동화 및 물류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이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부 성능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 허용은 지난 6월 미·중 간의 '무역 휴전' 이후 중국 측의 희망사항이었던 반도체 및 기술 접근권에 대한 '선의의 신호'로 베이징 당국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내 친구"라고 칭한 황... 무역 외교 핵심 인물로 부상
황 CEO는 그동안 정치에 거리를 두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으며,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며 양측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황은 "미국 기업이 AI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자유롭게 기술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엔비디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과도 같은 주제를 논의했으며, 트럼프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행사에서 황을 **"내 친구"라 부르며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칭찬한 바 있다.
미국 내부 정치적 논란도... 군 관련 기업 접촉 여부 문제 삼아
하지만 황 CEO의 이번 중국 방문은 워싱턴 정치권의 우려도 불러일으켰다. 지난주 공화당 짐 뱅크스(인디애나) 상원의원과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의원은 황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군이나 정보기관과 협력하는 기업과의 접촉을 피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회사는 수년간 미국의 수출 통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칩 설계를 반복적으로 조정해 왔지만, 미국 정부는 규제 기준을 자주 변경해 혼란을 초래했다.
황 CEO는 지난 5월 "미국의 수출 정책은 실패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향후 수출 재규제 가능성도... UAE 협상 등 불확실성 지속
미 상무부는 향후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추가 수출 제한 조치도 준비 중이다.
또한 엔비디아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수년간 수십만 개의 칩을 수출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나, 칩이 중국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미중 간 무역 및 기술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향후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지속 가능성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