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고율 관세, 파장은 예상보다 미미... 수입 줄고 물가는 소폭 상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뿌리째 흔드는 '지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고, 반대자들 역시 그 여파를 경고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몇 차례의 '미약한 흔들림'에 그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새 관세 체계가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려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반대 측은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매장에는 물건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물가는 다소 상승했지만 급등은 없었고, 소비자들은 비어 있는 진열대를 마주하지 않았다.

수십억 달러 세수 확보... 하지만 소득세 대체에는 역부족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처럼 관세는 연방 정부에 막대한 세수를 안겨줬다. 올해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수입업체들로부터 약 1,270억 달러의 관세를 거둬들였으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20억 달러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장한 것처럼 이 세수가 미국 중산층의 소득세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2022년 기준으로 소득 하위 90% 가구(연소득 약 17만 9천 달러 이하)가 납부한 소득세는 총 6,000억 달러에 달한다.

무역적자는 6월 기준 2023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지만, 이는 관세 시행 직전 수입 급증의 일시적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제조업의 '리쇼어링(미국 복귀)'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불확실하고 잦은 정책 변경이 기업의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효과는? 인플레이션 2.7%... 예정보다 '온건한 충격'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일정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는데, 이는 5월의 2.4%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정도의 상승은 비교적 완만하며, 예측됐던 수준보다는 낮다고 평가했다.

월마트 매장

(월마트의 가격변경. 자료화면)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는 대형 소매업체 4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입 상품 가격은 관세 인상 이후 약 3%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전제품, 가구, 생활용품 가격 상승이 특히 두드러졌으며, 카발로 교수는 "주요 무역국에 부과된 평균 10%~15%관세로 인해 물가를 3~4%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평균 관세율 18%... 리쇼어링 유도엔 부족

현재 트럼프의 조치로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약 18%로, 1년 전의 2.3%에서 급등했다. 이는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많은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올 만큼 충분히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브래드 셋서 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경제관료는 "달러 강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미국 내 생산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관세가 이를 압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2분기 GDP는 연율 기준 1.2% 성장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5%에 비해 뚜렷한 둔화다. 이는 관세 인상이 경제 전반의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들, '정책 불확실성'에 미국 내 투자 주저

트럼프는 일부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을 8월 8일까지 마무리하라고 통보했으며, 중국과의 휴전 합의는 8월 12일, 멕시코와의 합의는 10월에 만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관세율을 자주 번복하면서 기업들의 국내 투자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테네시대 티모시 피츠제럴드 교수는 "15% 관세 수준은 일부 산업의 리쇼어링을 유도할 수 있지만, 정책이 너무 불확실해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데 망설인다"고 말했다.

실제 2분기 GDP 보고서에서는 공장 등 구조물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옵스트펠트 선임연구원은 "관세가 수입을 줄이면 국내 생산자가 그만큼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수출을 위한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며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국민 다수 "관세 정책·물가 대응 모두 불만족"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7%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만족' 응답률보다 17%포인트 높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해서도 5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백악관 "관세 정책은 성공"... 민주당은 반격 노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민주당은 관세 정책이 실패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검증되고 있다"며 "관세 수익과 시장 접근 확대가 그 증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총선 쟁점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 선거 전략 책임자인 수전 델베네 하원의원은 "미국 가정의 최우선 과제는 '생활비 절감'이며, 이는 지난 선거에서도 핵심 이슈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