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선사업 정조준...대규모 감원·예산 삭감 계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국장 러셀 보트는 이번 정부 셧다운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오랫동안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감원과 지출 축소를 주장해온 그는, 이번 셧다운을 통해 그동안 구상해 온 개혁을 실행에 옮길 기회를 잡은 셈이다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민주당 사업 정조준

WSJ에 따르면, 보트는 셧다운이 시작된 1일 곧바로 민주당 우선사업에 칼을 댔다. 그는 X(前 트위터)에 글을 올려 뉴욕시 인프라 사업에 배정된 연방자금 180억 달러 집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허드슨 강 터널 공사와 지하철 연장 프로젝트였다. 교통부는 "예산 부재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검토 담당 인력이 무급휴직에 들어가 사업 심사가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너지부의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 자금 80억 달러를 민주당 성향 주(州)들에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상 사업은 명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보트 예산국장
(트럼프 행정부 보트 예산국장. Press Pool )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보트와 만나 연방 기관 전반에 걸친 대대적 삭감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며, 민주당이 중시하는 기관과 프로그램을 우선 타깃으로 삼을 뜻을 내비쳤다.

대규모 감원 예고

보트는 이미 지난주 연방기관에 셧다운 발생 시 광범위한 감원 계획을 준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는 1일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의 통화에서 "빠르면 하루 이틀 안에 해고가 시작될 수 있다"며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 예산국장은 셧다운을 노동력 파괴에 이용할 수 있다"며 "시스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보트는 평생을 작은 정부 실현에 헌신해온 인물"이라며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두둔했다.

'포켓 삭감' 논란

보트는 이미 의회의 예산승인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분노하게 했다. 그는 이른바 '포켓 삭감(pocket rescissions)' 정책을 밀어붙이며, 의회가 승인한 지출을 행정부가 보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1974년 제정된 '예산통제법(Impoundment Control Act)'과 충돌하는 해석으로, 그는 이 법이 위헌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의 답은 단순하다. 보트, 꺼져라"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작은 정부' 집념

보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예산국장을 지냈고, 이후 워싱턴 싱크탱크 '미국의 재건 센터'를 세워 연방정부 권한 축소를 위한 정책을 구상해왔다. 그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과 '프로젝트 2025' 보고서 공동 저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8년 두 차례 셧다운에서 "셧다운이 정부 규모 축소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지난해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는 "대통령의 의제에 반하는 연방 직원은 해고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럴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민주·공화 간 충돌 심화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권한을 우회해 일방적으로 예산을 조정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름에는 의회가 승인한 해외 원조 수십억 달러가 보트의 주도로 삭감되자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불법이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공화당 전략가 케빈 매든은 "민주당은 보트를 증오하지만, 사실 그들만의 '보트'가 있기를 바랄 것"이라며 그의 체계적 접근법을 높이 평가했다.

하버드 로스쿨 섀런 블록 교수는 "지금의 예산 과정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그 모든 책임은 결국 보트의 문 앞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