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이미 경기 둔화 조짐... 일부는 이번 조치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
중국의 취약한 경제에 다시 한번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면서 중국 전역의 수천 개 제조업체들에게 이번 상황은 '데자뷔'처럼 느껴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4월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45%로 인상했을 때, 중국 남부에 위치한 앨런 차우(Alan Chau)의 장난감 공장은 순식간에 위기에 빠졌다. 미국 고객들이 주문을 중단하면서 현금 흐름이 마르고, 그의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다행히 몇 주 뒤 5월 중순, 미중 양국이 무역 휴전에 합의해 상호 부과했던 대부분의 관세를 철회하면서 차우는 다시 수출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차우와 수만 명의 중국 공장주들은 다시금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관세'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11월 1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그건 사실상 금수조치예요." 차우는 말했다. "누가 중국과 거래를 하겠습니까?"라고 했다.
수개월 동안 미중 간 무역협상에서 미국 관리들은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 베이징은 희토류 수출제한 강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Qualcomm)에 대한 반독점 조사 착수 등 무역전쟁 '무기'를 총동원하며 기습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일요일, 중국은 "미국이 먼저 새로운 제재를 도입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워싱턴에 돌렸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에서 "고율 관세 위협은 중국과의 대화에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자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발표 전 관련국들에게 이미 통보됐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수출금지'가 아니라 '수출허가 요건을 명시한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중국은 예상보다 견조한 수출 실적으로 경기 급락을 피하고 있었다. 미국과의 교역 장벽이 높아지자, 중국 제조업체들은 그 공백을 다른 국가로의 수출 확대로 메웠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했지만, 전체 수출은 5.9% 증가했다.
그러나 8월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고, 각국 정부는 "값싼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동시에 중국 내 소비와 투자 등 다른 부문들의 경기 모멘텀은 최근 약화되었다. 베이징은 과잉생산과 가격경쟁 악화를 막기 위해 생산 통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단기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코넬대 무역정책학 교수이자 IMF 전 관계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는 "미국의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이 강세를 유지한 점이 시진핑에게 무역전쟁을 더 끌어올릴 '자신감'을 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전략은 중국의 취약한 내수 소비와 세계 각국의 '중국산 공세' 경계심을 감안할 때, 되려 역효과를 낼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형식상 미국 수입업체가 납부하지만, 결국 '중국산 제품의 미국 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국 제조업체에도 타격을 준다. 미국 바이어들은 더 저렴한 공급처를 찾아 중국 외 국가로 발주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갈등이 심각하게 악화될 경우,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는 조짐은 거의 없다.
차우의 장난감 제조업체 GSNMC는 이번 발표 이후 고객들이 충격에 빠져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미국으로 출하된 크리스마스 장난감 주문 한 건은 11월 관세 인상 전 도착할 예정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계약들은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 매출은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국산 장난감에 대한 관세가 30%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담이 컸다. 차우는 한때 생산공장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해 관세를 회피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5월 휴전 이후 계획을 접었다. 이제 그는 다시 그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후난성의 불꽃놀이 수출업체 '미라클 파이어웍스(Miracle Fireworks)'를 운영하는 아담 다이(Adam Dai)는 "미국 고객 몇 명이 이미 선적을 잠시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며칠간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추가 관세가 실제 발효되면, 그의 사업은 4월 당시와 비슷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 불꽃놀이의 99%와 쇼용 폭죽의 7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미국 불꽃놀이협회 및 전국 불꽃놀이협회 자료).
그는 "모든 고객이 선적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럼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화물은 전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정책이 오래가면, 우리는 생산을 중단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일부는 이번 '100%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더라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제재 발효 전에 긴장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역내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 중국팀의 댄 왕(Dan Wang) 디렉터는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트럼프의 100% 관세 위협은 실질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공허한 제스처'"라며, "올해 초처럼 시장 혼란과 미국 기업들의 반발로 인해 관세가 다시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과거 행보를 보면, 그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입장료'를 내게 하는 형태의 거래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광저우에서 모자 제조업체 '에이스 헤드웨어(Ace Headwear)'를 운영하는 제피 마(Jeffy Ma)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그는 "고객들이 미국향 주문을 잠시 보류할지 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관세 타격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이 줄지 않았다. 한 고객은 미국 수출 물량 일부를 다른 저관세 국가로 이전했으며, 에이스 헤드웨어는 대신 유럽·한국 등지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해 손실을 메웠다.
마는 올해 초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격을 4% 인하했지만, 이익률이 워낙 낮아 더는 내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관세 위협을 '협상 전략'으로 보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패를 쌓고 있는 것뿐입니다. 이런 수준의 관세가 오래 지속되긴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