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 계획이 보류된 후, "시간 낭비되는 회담(wasted meeting)은 원하지 않는다" 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등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현재 협상의 핵심 걸림돌은 러시아가 현 전선에서의 교전 중단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 트럼프-푸틴 회담 계획은 없다"고 밝히며, 트럼프가 지난주 "2주 내 부다페스트에서 푸틴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한 발언을 사실상 철회했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이번 주 들어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안 간 이견이 뚜렷해지면서 정상회담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 알래스카 회담의 재현 피하려는 백악관

두 정상은 지난 8월 알래스카에서 급히 성사된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백악관이 이번에 두 번째 회담 계획을 접은 것은 비슷한 무의미한 결과를 피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가 너무 많은 것을 원했고, 미국은 부다페스트에서 트럼프가 얻을 수 있는 합의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번 주 회담을 준비할 예정이었지만, 양측은 대신 전화통화를 통해 "건설적 논의"를 가졌으며 대면 회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 트럼프, 키이우 및 유럽이 지지한 "현 전선 동결안" 수용

트럼프는 월요일,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들이 지지하는 '현 전선선 동결 휴전안' 을 공식 수용했다.

"현 상황 그대로 멈추면 된다. 나는 '전선에서 잘라 멈추라(cut and stop at the battle line). 집으로 돌아가라. 싸움과 살인을 멈추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제안을 거듭 거부해왔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 제안은 여러 차례 우리에게 전달됐지만 러시아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동부 전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화요일, "러시아는 단지 '일시적 휴전'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현 전선 동결'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분쟁의 근본 원인(root causes)"이 해결되어야 한다며, 이는 사실상 러시아의 돈바스 완전 영유권 인정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등,키이우와 유럽이 수용할 수 없는 최대주의적 요구를 의미했다.

▪ 유럽 "러시아는 평화에 진지하지 않다"

유럽 지도자들은 화요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동 성명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어떤 논의든 현 전선 동결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평화에 진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선에 대한 논의가 바로 외교의 시작"이라며, 러시아는 "그 시작조차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가 관심을 보이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주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무기 공급" 이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긴장감

트럼프는 지난주 푸틴과 통화한 다음 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와 만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 회담은 격렬한 언쟁(shouting match) 으로 이어졌으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일부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압박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아직 보유 중인 돈바스 지역을 포기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그 지역을 다음 공격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맞섰다.

▪ '토마호크 미사일 논의'가 대화 계기

푸틴이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할 것이라는 보도 이후였다.

젤렌스키는 "이 토마호크 논의가 러시아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며, 백악관에서 실질적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그 대화 자체가 외교적 투자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