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수사국, 테리 로지어·챈시 빌럽스 등 30여 명 체포... 불법 도박·내부 정보 유출 혐의

NBA가 법적으로 인정된 스포츠 베팅 산업을 적극 수용해온 지 10년 만에, 그 결정이 리그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기로 돌아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연방수사국, 현역 선수·감독 포함 30명 기소

WSJ에 따르면, 23일 목요일 아침, 연방 수사국(FBI)은 30명 이상이 연루된 대규모 불법 도박 조직에 대한 기소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하 포커 게임, X-ray 테이블(카드를 투시하는 장비), 그리고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부 정보가 도박꾼들에게 흘러나간 정황이 드러났다.

NBA
(NBA 로고. 자료화면)

브루클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현역 선수, 은퇴 선수, 현직 감독이 불법 도박단에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FBI 국장 캐시 파텔은 이를 "NBA 무대에서 벌어진 사기극(fraud)"이라고 규정했다.

리그의 '존재적 위기'

이번 사건은 애덤 실버 커미셔너 재임 이래 최대의 위기이자, 리그 전체의 신뢰를 뒤흔드는 사안이다.

실버는 2014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의회가 연방 차원의 합법적 스포츠 베팅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합법화의 선두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도박을 양성화하면 오히려 불법 조작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논리를 정면으로 뒤엎었다.

테리 로지어·챈시 빌럽스·데이먼 존스 등 연루

공소장에 따르면, 마이애미 히트의 가드 테리 로지어는 "경기 초반에 스스로 교체될 것"이라는 정보를 지인에게 흘려 불법 배팅을 가능하게 했고, 은퇴 선수이자 코치 출신 데이먼 존스는 팀 내부 정보를 불법 도박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더 큰 충격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감독 챈시 빌럽스가 불법 포커 게임에 참여하고 조직폭력배가 후원한 도박 자금과 연계됐다는 혐의다.
검찰은 빌럽스가 팀의 부상자 명단과 선수 기용 계획 같은 내부 정보를 불법 베팅 조직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NBA는 로지어와 빌럽스를 즉각 무기한 직무정지 조치했다. 실버 커미셔너는 뉴욕 닉스 경기장에서 "이번 혐의는 리그의 존재 이유인 경기의 공정성을 위협한다"며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합법화'가 부른 역설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된 이후,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요 리그가 이를 수익원으로 받아들였다. 광고, 후원, 팬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도박회사는 경기 중계마다 등장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팬들이 스마트폰으로 수 초 만에 베팅할 수 있게 되면서, 리그는 '감시 불가능한 도박 문화'라는 부작용을 맞닥뜨렸다.

한 경기당 수백 가지의 '프로프 베팅(prop bet)'-예를 들어 "특정 선수가 리바운드를 몇 개 잡을까"-이 등장하며, 조작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리그의 조사 실패와 검찰의 정황

NBA는 이미 2023년 로지어를 조사했지만 "규정 위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가 샬럿 호네츠와 마이애미 히트에서 2년간 뛰도록 허용했다.

그는 이후 약 5천만 달러의 급여를 받았으며, 현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빌럽스는 공식적으로는 불법 포커 게임 관련 혐의만 받았지만, 검찰은 "공모자 8번"으로 불린 인물이 블레이저스 감독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2023년 3월 24일, 로지어가 부상으로 결장한 다음 날 블레이저스의 주전들이 결장할 것임을 미리 알고 베팅 조직에 정보를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도박단은 경기 시작 전 10만 달러 규모의 베팅을 걸어 28점 차 패배로 큰 이익을 챙겼다.

데이먼 존스는 르브론 제임스와의 인연을 이용해 레이커스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2023년 2월, 제임스가 통산 득점 기록을 세운 직후 발목 통증으로 결장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사전에 빼내 "밀워키에 큰 금액을 걸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공정성 회복이 시급"

이번 사건은 농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구는 '스팟 픽싱', 미식축구는 선수의 베팅 참여 등 유사한 사건을 겪었지만,

농구는 경기 흐름이 빠르고 개별 선수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도박 조작에 특히 취약하다.

실버 커미셔너는 시즌 개막 전 인터뷰에서 "특히 무명 선수들의 프로프 베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으나, 불과 이틀 뒤 FBI가 현역 선수와 명예의 전당 감독을 체포했다.

빌럽스는 체포 전날, 압박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내 할 일을 다 한다. 그리고 결과는 알아서 굴러가게 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