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세대·이념 갈등 표면화... 뉴저지 박빙, 캘리포니아 재획정안 통과 전망

미국 동부에서 실시되는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주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 국정 운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초기 평가로 주목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뉴욕 시장 선거,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선거구 재획정 주민투표 등 네 가지 주요 승부로 구성돼 있으며, 민주·공화 양당 모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전국적 분위기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뉴욕 시장 선거, 민주당 내부 균열 드러내

뉴욕 시장 선거에서는 34세 민주사회주의자 조하란 맘다니 후보가 67세의 전 민주당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와 맞붙고 있다. 쿠오모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이번 선거는 민주당 내 세대·이념 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뉴욕시장 후보 토론회
(뉴욕시장 후보 TV 토론회. AP)

최근 여론조사에서 맘다니는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고 있으며,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71)는 멀찌감치 뒤처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자신의 SNS를 통해 쿠오모 지지를 공식 선언하며 "맘다니가 당선되면 뉴욕시의 연방 지원을 삭감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저지, 가장 치열한 접전지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전국적으로 가장 치열한 승부처로 꼽힌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 미키 셰릴(현 하원의원, 전 해군 조종사)이 공화당 후보 잭 치아타렐리(전 주의원, 소상공인)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번 선거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자금이 투입됐으며, 양당 전국위원회가 수천만 달러를 쏟아붓는 등 초박빙 양상이다.

반면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의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의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안정적으로 앞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주도 선거구 재획정안 '통과 유력'

캘리포니아에서는 민주당 주도의 선거구 재획정안을 결정하는 주민투표(Proposition 50)가 실시됐다. 이번 안은 텍사스의 공화당 편향 재획정에 대응해 민주당이 하원 의석 5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통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트럼프 효과' 맞서 결집 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주말 동안 뉴저지와 버지니아에서 지원 유세를 벌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성과 무책임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버지니아대 정치센터의 래리 사바토 소장은 "민주당은 현재 정치적으로 고립된 상태이며,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승리가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버지니아·뉴욕·뉴저지에서는 300만 명 이상이 조기 투표를 마쳤으며, 이는 4년 전보다 훨씬 높은 참여율이다. 뉴욕시에서는 73만5천 명이 투표해 2021년의 네 배를 넘었다.

주요 쟁점은 '생활비 부담'

세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생활비·주거비·경제적 불안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켄 마틴 위원장은 "지금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적 압박"이라며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생활비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맘다니는 임대료 동결, 부유층 증세, 버스 무료화 등 진보적 정책을 내걸었고, 셰릴과 스팬버거는 국가 안보 경력을 내세운 온건파로서 트럼프의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중도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의 영향력 시험대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 내에서 높은 비호감도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57%의 미국인이 그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확실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어느 당을 지지할지" 질문에 공화·민주 양당을 거의 동일한 비율로 선택했다.

뉴저지의 치아타렐리와 버지니아의 시어스는 트럼프의 열성 지지층과 중도·무당파 유권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를 비판하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우려가 있고, 반대로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 온건층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가늠할 초기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직접 후보로 나서지 않아도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공화당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