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승리가 민주당에 동력 제공... 공화당에 '경고등'
민주당이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각각 애비게일 스팬버거, 미키 셰릴이 13%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

민주당에 4일(화)은 단지 '세 번의 큰 승리'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아래 의기소침하고 권력을 잃었던 민주당에 부활의 경로를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도 성향과 국가안보 이력을 앞세운 두 여성 후보, 버지니아의 애비게일 스팬버거와 뉴저지의 미키 셰릴은 주지사 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격차(거의 최종 개표 기준 13%포인트 이상)로 승리했다. 두 사람 모두 생활비 부담 완화를 약속하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의제를 전면에 내걸고, 상대를 트럼프와 '마가(MAGA)'에 연결지었다.

중간선서 민주당 승리
(조란 맘다니, 미키 셰릴, 아비게일 스판버거  )

이 두 승리와 더불어 민주사회주의자 조하란 맘다니의 뉴욕 시장 당선은 유권자들이 새로운 세대의 리더를 부상시키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과제는 남아 있다. 당의 진로를 둘러싼 중도파와 진보파 간 논쟁은 여전히 미완이며, 맘다니의 등장은 트럼프에게 새로운 정치적 공격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적어도 경합 주들에서 백악관의 트럼프와 발을 맞추려는 공화당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뉴저지와 버지니아 모두에서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은 트럼프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이번 결과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기세가 더 강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뉴저지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고 마가 노선을 상당 부분 수용한 잭 치아타렐리는 거의 최종 개표 기준 **43%**를 득표했다. 이는 같은 날 실시된 SSRS의 '보터 폴(Voter Poll)'에서 나타난 뉴저지 내 트럼프 직무수행 지지율 42%와 거의 일치한다.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의 공세 광고에서 트럼프와의 연계를 공격받은 공화당 윈섬 얼-시어스가 **42%**를 얻었는데, 이는 보터 폴이 기록한 트럼프 직무 지지율 **39%**와 비슷한 수준이다. 두 주 모두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반대 신호'를 보내기 위해 투표했다는 응답이 '지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전 정치국장 마이클 듀헤임은 "결과를 좋게 포장할 방법이 없다. 당에 매우 나쁘다"며 "이번 선거는 조기 경보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내년 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은 경합지에서 트럼프와 독립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하며, 특히 극단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중도 성향의 상대를 만날 때 핵심 지지층만으로 승리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트럼프의 강점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그의 약점만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측은 평가가 이르다고 반박한다. 트럼프의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로 불린 세제·국내정책법의 감세 효과가 곧 체감될 것이며, 맘다니의 당선은 민주당에 '증세-지출' 프레임의 약점을 노출시킨다는 주장이다. 트럼프의 오랜 참모 크리스 라치비타는 "중간선거는 완전히 다른 역학"이라고 말했다. 또 스팬버거의 상대는 결집에 실패했고, 맘다니는 야권 표가 갈린 3자 구도로 뛰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표 양상에서도 2024년에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복귀시켰던 흐름의 일부가 되감기는 조짐이 나타났다. 작년엔 라틴계, 흑인 등 소수민족과 청년층의 일부가 공화당으로 이동했고, 민주당은 고소득 교외지에서 주춤했다. 그러나 화요일에는 이들 표심이 다시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보터 폴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에 대한 민주당 득표는 뉴저지 +9%p, 버지니아 +5%p 증가했다.

라틴계가 43%인 뉴저지 패세익 카운티에서는 셰릴이 15%p 앞섰다. 작년엔 트럼프가 이 지역을 약 3%p 차로 이겼다. 흑인 유권자에서도 두 주 모두에서 민주당 쪽으로의 유의미한(다소 작은 폭의) 이동이 관측됐다.

30세 미만 청년층의 '반(反)공화당' 스윙은 더 극적이었다. 2024년에는 각 주에서 트럼프가 이 연령대에 약 5%p 차로 졌지만,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거의 40%p 가까이 뒤졌다(보터 폴).

한편 워싱턴과 뉴욕 인근의 인구 많고 부유한 교외지들은 2024년에 줄었던 민주당 지지를 다시 회복했다. 버지니아의 라우던 카운티(가구소득 중위 기준 전국 최고로 자주 언급)에서 스팬버거는 **64%**를 기록해 2024년 대비 +8%p 개선됐다. 수도 옆 페어팩스 카운티도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다른 주의 민주당 승리도 모멘텀을 보탰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하원 의석 5석을 추가로 노릴 수 있는 발의안 50(임시 새 선거구 지도)을 통과시켰다. 개빈 뉴스엄 주지사는 이를, 공화당 주도의 주들이 우세 의석을 늘리는 데 맞선 '트럼프에 대한 반격'으로 규정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대법관 유지 선거에서 민주당이 5대2 다수를 지켰고, 조지아에서는 공화당 현직을 꺾고 민주당이 공공서비스위원회 두 석을 차지했다.

이번 **보터 폴(SSRS)**은 버지니아·뉴저지·캘리포니아·뉴욕시 선거 참여자 1만2천 명 이상을 전화·문자·우편·온라인 패널·대면 인터뷰로 조사했으며, 오차범위는 캘리포니아 ±2.1%p, 버지니아와 뉴저지 ±2.0%p, 뉴욕시 ±2.2%p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