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시장 조정 속 투자자들에 핵심 신호 제공할 전망
미국 경제의 흐름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미래를 가려온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기술주 전반을 둘러싼 고평가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주요 경제지표가 중단된 상황에서 월가는 향후 시장 방향을 뒤흔들 두 가지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AI 시대의 대표주자인 엔비디아(Nvidia)는 수요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AI 열풍을 이끌어온 핵심 반도체 수요가 어느 수준인지 보여줄 결정적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이어 목요일 오전에는 지연된 9월 고용보고서가 공개된다.
이 두 지표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안 발표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을 겪었던 시장이 이번 조정을 '일시적 숨 고르기'로 볼지, 혹은 경기 둔화의 신호로 해석할지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 급락 여파, 시장 전반으로 확산
최근 엔비디아 주가 급락은 기술주 전반의 매도세를 촉발했고, 피터 틸의 매크로 헤지펀드를 포함한 여러 기관들이 보유 주식을 잇달아 처분했다. 여파는 다른 AI 종목을 넘어 암호화폐, 금 등 대체자산까지 확산됐다. 워런 버핏이 최근 대규모 투자한 알파벳 역시 하락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S&P500은 올해 13%나 상승한 상태지만, 최근 조정으로 사상 최고치 대비 약 4% 후퇴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동평균선 등 기술적 지표들은 이번 변동성이 과거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S&P500과 나스닥지수는 138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다.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톡턴은 "이번 조정은 이전과 다르다"며 "더 의미 있는 하락"이라고 평가했다.
화요일 뉴욕 증시는 장 초반 기술주 급락으로 출렁였으나 이후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S&P500은 0.8%, 나스닥은 1.2% 하락 마감했으며, 다우지수는 약 500포인트(1.1%) 떨어졌다. 다우지수의 최근 4거래일간 4.5% 하락은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AI 투자 열풍의 반전 기류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월가는 AI 투자 열기로 들끓으며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한 첫 기업이 됐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그 중 상당수가 막대한 부채에 기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
메타, 오라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최근 분기에서만 1,060억 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 11월 기준 45%의 펀드매니저가 'AI 버블'을 시장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으며,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이미 AI 종목이 버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마켓벡터 인덱스의 조이 양은 "AI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비용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눈을 감고 시장을 보면 평범한 한 해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실적, 시장의 '신앙 고백' 시간 될 듯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이제 AI 투자 신뢰도를 측정하는 분기별 시험이 됐다. 공개되는 데이터는 AI 반도체 수요, 주문량 증가 여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실적에 미친 영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Cboe 데이터에 따르면 옵션 시장은 실적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최대 8% 이상 움직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메인스트리트 리서치의 제임스 데머트 CIO는 "완벽한 실적과 전망이 아니면 주요 지수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지난 한 달간 10% 조정된 만큼 허들은 다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고용보고서, 연준의 12월 금리 결정 분수령
엔비디아 발표 직후인 목요일 아침에는 지연된 9월 고용보고서가 공개된다. 이는 연준의 다음 금리 결정, 특히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선물시장에서는 1월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3분의 2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주가 조정에도 국채금리와 유가는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임박한 경기침체' 우려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고용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은 미국 소비자 심리를 수년 내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는 "부유층의 소비 여력은 여전히 탄탄하다"며 "미국 소비에서 고소득층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전반적 경기 모멘텀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